• 정권 출범부터 임기 말까지 '코드인사' 논란을 일으킬 만큼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사람 챙기기'로 유명하다. 이런 노 대통령과 친분관계가 있으면 비리를 저질러도, 성추행을 해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으며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조직인 '1219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기명씨. 이씨의 장남은 MBC기자다. 이씨의 아들은 지방 취재를 갔다 출입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문제가 커지자 MBC는 이씨 아들을 해고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MBC가 해고된 이씨 아들의 징계를 결정한지 한달도 채 안 돼 '6개월 정직'으로 징계수위를 낮췄다. MBC는 피해자 가족의 탄원 때문에 사장의 재심 요청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이씨 아들의 징계수위가 해고에서 6개월 정직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는 이씨 아들에 대한 선처 의사를 MBC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MBC노조 역시 "최고 경영진의 오판"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계속되는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에 연일 비난을 쏟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방송사가 생명인 공정성을 잃어버린 사건으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진상조사 등 강도높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공보부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이씨 아들에 대한 MBC의 갑작스런 징계수위 변경을 거론하며 "MBC사장 직권으로 재심신청을 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기자의 아버지가 노 대통령 후원회장이 아니었다면 MBC사장이 이런 조치를 취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MBC노조도 황당한 조치라 하고 있고 여성단체도 성명을 내고 있다"며 "비슷한 사건에 대해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특히 여성 의원들의 입장을 듣고싶고 자신의 아들 입장에 대해 이기명씨는 어떤 입장인지 듣고싶다"고 주장한 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순자 의원도 "당 여성위원회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항의방문하겠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어 KBS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근 구성된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 연임용 이사회'라는 자사 노조의 비판까지 받고 있는 KBS의 이사선임 공모가 사실상 '껍데기 공모제'에 불과하고 결국 정 사장 연임을 위한 것이란 주장을 펼쳤다. 주 의원은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험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공모제가 특정인을 심기 위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KBS 이사 선임에 방송위가 공모를 신청한 80명의 공모자들을 불과 3시간만에 골랐다. 이는 미래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모라는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렇게 선임된 이사들이 정 사장을 연임시키려 한다는 것이 KBS노조 등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며 "정 사장은 탄핵을 비롯해 공정성을 저버리고 편파방송을 일삼은 사람이다. 정부가 형식적 공모절차를 통해 연임시켜선 안된다"고 지적한 뒤 "당 차원에서 정 사장의 편파방송 사례를 공개해 정 사장 연임이 부적합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