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7일 사설 '헌재소장은 소수 대변자 아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법조계 안팎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제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내정했다. 그가 노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데다 그동안 주요 사건 결정에서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과정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와 대법원이 발표한 나머지 재판관들 인선은 대체로 무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 재판관의 헌재소장 기용에 우려가 제기됐던 것은 헌재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 때문이다. 헌재는 대법원과 함께 최고의 사법기관으로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해야 할 책무를 부여받았다. 국가기관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내각과는 달리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인선이 코드 인사로 흘러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헌재의 최고 책임자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헌재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헌재소장 내정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도 재판관으로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헌재소장은 단순한 재판관이 아니다. 그래서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하되 우리 사회 다수의 편에 서는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전효숙 재판관이 재판관직을 사퇴한 뒤 다시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어 생긴 일이지만 전례 없던 일이다. 재판관으로서 남은 임기(3년) 동안 헌재소장을 맡아도 될 일을 6년 임기 보장을 위해 형식적인 사퇴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편법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헌재소장 내정자에 대한 검증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헌법정신에 얼마나 충실하고 자유민주적 가치를 신봉하고 있는지가 1차적 검증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