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당 운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온다. 대표취임 한달 동안 강 대표는 바삐 움직였다. '의욕적'으로 비춰질 만큼 강 대표의 발걸음은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이런 강 대표에게 '의욕만 앞선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나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전략부재'가 꼽힌다. 이런 비판의 원인은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당 지도부의 엇박자다.

    강재섭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작통권 관련 "계속 노무현 정권이 밀어붙인다면 국민투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발언이 보도되자 여당은 즉각 한나라당이 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고 청와대 역시 작통권 환수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제61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나라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작통권 환수를 정부 계획대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강 대표의 '국민투표'경고를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묵살한 것이다. 시선은 다시 강 대표에게 집중됐다.

    16일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한 당의 진일보된 전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주목이 된 부분은 한나라당의 '국민투표 실시여부'였다. 강 대표가 "계속 밀어붙이면 국민투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경고했고 노 대통령은 계획대로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16일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깜짝 놀랄 이야기를 또 하는가 싶었는데 조금 덜 한 것 같다. 사실 따지려면 따질 것은 많은데 어제정도 하니까 별 거 아닌 것 같다"고만 말했다.

    강 대표의 '국민투표'주장은 파트너인 김형오 원내대표에 제동이 걸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헌법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단독행사를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우선 냉정하게 짚어보고 난 후 안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의 투톱이 작통권 환수에 대한 당 전략을 놓고 엇박자를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강 대표의 '국민투표' 발언이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나왔다는 점이다. 강 대표가 '국민투표'발언을 할 당시 김 원내대표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간에 사전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 측도 "강 대표로부터 국민투표 관련해 아무런 사전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국민투표는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문제를 국민투표로까지 가져갈 경우 더 큰 안보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안 사안'이라고 큰소리친 현안을 두고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간 사전조율조차 없이 강 대표가 전략을 공개한 꼴이 되고 말았다. 강 대표는 국민투표 실시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방법은 원내대표 소관"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할 원내대표 측은 '국민투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투표'주장은 '강재섭 개인생각'으로 묻혀버리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