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새 헌법재판소장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인 전효숙 헌법재판관이 유력하다고 한다. 전 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되면 대법원·헌재·검찰을 포함한 사법기관을 통틀어 첫 여성 수장이라는 의미가 적지 않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짚어볼 만한 점들이 있다.

    ‘전효숙 헌재소장’은 전에 없던 파격이다. 그는 현 재판관 9명 중 나이(55세)나 사시 기수(17회) 모두 막내다. 그는 헌재소장과 격이 같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18기 아래다. 법원 판결을 헌재가 심판하는 문제 등을 놓고 대화가 필요한 헌재와 대법원 관계에서 헌재 소장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서열 파괴는 어떤 조직의 인사가 적체됐거나 기존 질서에 문제가 있어 충격적 해법이 필요할 때라야 명분을 갖는다.

    전 재판관은 지금까지 재판에서 주로 다수보다 소수 편에 서 왔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병역거부 처벌은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낸 게 대표적이다. 소수 보호는 헌재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헌재소장은 재판관 9명 중 한 명이면서도 헌법재판관 회의의 의장이자 전원재판부의 장으로서 헌재 심리를 전반적으로 주도한다. 다수를 대변하고 소수를 감싸며 나라 전체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균형감각과 조정력이 필요한 자리다.

    전 재판관은 노 대통령에 의해 2003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뒤 정치적 논란이 따랐던 사건에서 여러 차례 정권 쪽 손을 들어줬다. 그는 신행정수도법 사건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이라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며 유일하게 각하의견을 냈다. 이라크파병 관련 심판에서는 “헌재는 대통령의 정치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그런 전 재판관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대통령은 이미 사시 동기 4명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검찰총장에 임명한 상태다. 그래서 또 다른 동기인 전 재판관의 헌재소장 내정설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