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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취임 한달을 맞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강 대표의 지난 한달을 뒤돌아보면 그가 매우 바삐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큰 물난리 속에 취임한 강 대표는 취임 직후 곧바로 수해복구 현장으로 뛰어갔다. '도덕성 회복'을 제1 과제로 내세웠지만 '수해골프' '호남비하발언' 등 당내에서 터진 악재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불패를 이어오던 보궐선거에서도 한석을 내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강 대표는 잇따라 터진 악재에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고 '도덕성 회복'을 위해 '참정치 운동본부' 신설을 추진중이지만 기구의 성격을 두고 이견이 나타나며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자 강 대표는 호남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당 안팎의 비판을 '호남공략'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물론 강 대표 측에선 '민생탐방의 일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 대표의 호남구애는 눈에 띌 정도로 적극적이다. 취임 한달 간 호남만 세번을 방문했다. 취임 한달을 맞은 10일엔 광주에서 호남 지역민에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호남지역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는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9일과 10일에는 각각 전북과 광주를 찾아 당정협의회도 가졌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강 대표는 10일 광주를 찾아 "이벤트성 방문, 일회성 방문이 아니다. 자주오겠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고 9월과 10월엔 예산조율을 위해 다시 전남과 광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당내에선 이런 움직임을 강 대표의 '색깔찾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다수는 결국 강 대표의 행보를 '박근혜의 그림자 걷기'의 일환으로 읽는다. 박근혜의 대리인으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는 비판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고 그래야만 원활한 당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도로 민정당'과 '박근혜 친정체제'라고 한다.
강 대표의 '호남 대국민 사과'도 이 같은 측면에서 이뤄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대표재직시 17번이나 호남을 방문할 정도로 호남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호남에 대한 사과는 하지 못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모습을 강 대표는 "용기가 없어 못한 것"이라 말하며 박 전 대표와 자신을 차별화했다.
이처럼 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나라당=박근혜당'이란 이미지는 쉽게 걷어내기 힘든 모습이다. 박근혜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의욕을 갖고 10일 광주를 찾은 강 대표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광주시청에서 열린 한나라당과 광주광역시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박광태 광주시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호남구애'에 나선 강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그는 "내일은 민주당과 당정간담회를 갖고 다음주에는 열린우리당과 할 것이다. 그런데 광주시민들은 한나라당과 갖는 당정간담회에 관심이 높다. 지역 현안의 예산협조가 한나라당의 도움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자주 방문할 경우 굳게 닫힌 호남의 문도 열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를 언급했다. 박 시장은 "박근혜 대표에게 늘 '광주에 자주 오십시오' '멀리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다"며 박 전 대표에게 잦은 호남방문을 권유했던 일을 소개한 뒤 "(그로 인해)이제는 과거와 같이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강 대표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 강 대표의 호남행에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반면 '박근혜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했는데 강재섭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린다. 호남 표는 한나라당이 아닌 반한나라당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날 광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강 대표의 호남구애에 "호남은 색깔이 다르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광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