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각료들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지말고 좀더 치열한 문제인식을 갖고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장관들에게 국회에서 소신있는 답변을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지령'이 있은 일주일 뒤 국회는 1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불렀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였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김 부총리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한 김 부총리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억울하다"고 말하며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김 부총리는 국회에서 소신있는 답변을 할 것을 요구한 노 대통령의 주문을 이행하려는 듯 의원들의 질의에 강하게 맞섰고 일부 의원의 질문엔 구체적인 사례 제시까지 요구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면돌파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오히려 윽박지르는 김 부총리를 향해 권철현 교육위원장은 몇 차례씩 주의조치를 내려야 했다.

    각계각층의 사퇴 주장에 '국회 청문회'요구로 맞섰던 만큼 이날 김 부총리의 당당한 답변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김 부총리 스스로도 이번 논란에 대해 "정말 표절이라는 얼토당토 안 한 이야기로 여기까지 온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고 이날 회의에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김 부총리는 해명에 급급하다. 왜 그 해명이 중요하냐. 불법 부정 여부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교육부총리로서 교육 개혁정책을 수행 해나갈 만한 사람인가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따지자 "교육부총리로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학자로서 아버지로서 사회인으로서 인생의 모든 부분이 매일 의혹들로 점철되는 데 대해 스스로 붕괴돼가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맞섰다.

    그는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어떤 자격이든 간에 표절이다, 연구비 이중 지급이다 이야기 나오는 것들이 무리가 있었다는 걸 증명해 보이지 않는다면 교육부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사회 생활도 해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김 부총리에게 "그 답변도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국민은 학문윤리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고 재차 따졌고 이에 김 부총리는 "의혹이 제기되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다"고 강변했다. 

    김 부총리는 의원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김 부총리가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우리 대학 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반박한 점을 지적하며 "논문 중복게재가 학계 관행인 것처럼 국민들이 오해할 수 있고 그게 관행이라 얘기한다면 교수들은 굉장히 화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부총리는 "관행이란 말을 한번도 쓰지 않았다"고 따졌다.

    또 이 의원이 "지금 김 부총리가 해명하는 말들은 진실되지 않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자 김 부총리는 "뭐가 문제인지를 물어야 답변을 할 것 아니냐"고 맞섰고 논문의 세부적인 부분을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엔 "제가 의원님에게 묻겠다"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의직후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반문했고 해임건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 문제의 최종적인 판단은 대통령 권한"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