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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출신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쏟았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비롯 여권의 고위인사들이 지난 29일 폭우로 큰 수해가 난 상황에서 골프를 쳤지만 언론의 보도가 매우 소극적이란 것이다.
열린당 김혁규 의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처장 등은 29일 충북 충주에서 골프모임을 가졌다. 이들이 찾은 곳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씨가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이 자리엔 일부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 8명이 함께 했다.
29일 저녁 MBC가 이 같은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지만 31일까지 여권의 수해골프를 비판하는 언론은 소수에 그쳤다. 한나라당 경기도당 관계자들이 골프를 쳐 물의를 빚었던 때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전 의원은 이 점을 지적했다. 여권의 골프모임에 기자가 동석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해야 할 언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31일 당 홈페이지에 '열린당 수해골프와 침묵하는 그들'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 의원은 이 글을 통해 "이런 세상 사는 것이 어디 나 혼자뿐일까마는 괴롭고 암담하다. 그리고 화가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아니 왜 의원도 아닌 원외위원장끼리 쳤어-기자들 데리고 갔으면 안전빵이었을텐데"라는 수해골프 논란 당시 당내에 돌았던 농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자 출신인 나는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 이야기가 맞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기자가 끼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수해골프는 온 나라 온 국민, 온 언론의 몰매와 뭇매를 맞았지만 기자가 낀 현 집권여당의 실세들이 비가 물폭탄처럼 쏟아진 충청도에서 친 골프건은 슬그머니 '없던 일'처럼 되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열린당 실세들이 몇몇 사를 빼고 각 언론사 안배를 골고루, 용의주도하게 한 덕에 '자사 기자'들이 낀 방송사와 신문사는 입에 지퍼를 단 듯 입을 꽉 다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직의원도 아니었고 당의 실세도 아니었던 한나라당의 경우 방송사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부터 뉴스까지 사흘나흘 맹렬하게 '특집'보도를 해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언제나 '우리만이 가난한 신문사이고 우리만이 정의롭다'던 신문사들도 자기네 기자들이 가난하지도 정의롭지도 않게 '수해골프'를 그것도 여권 실세에게 얹혀 쳤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반납하고 포기해 버렸다"며 언론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이런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정치권에 대해 비판과 견제 기능을 다하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비상식적인 세상에, 이 풍진 세상을 그래도 균형 잡아야 될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래서 힘빠지고 암담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 "더 기가 막힌 일은 '발목 잡힌 언론'들의 행태"라며 "지난번 수해 골프 때는 현장에 기자를 급파하고 골프장의 증언도 채취하더니… 어디 그 뿐인가? 온 국민 여론조사까지 서슴지 않던 언론사들이 이번에는 조용하다. 어서 이 폭풍이 '물폭탄'처럼 지나가길 기다리며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뒤 언론이 골프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은 채 정세균 장관의 해명만을 보도한 점을 거론하며 "엎드려 있기만 해도 기막힌데 '여권실세'의 홍보역까지 자임하고 나섰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열린당과 국회 사무총장 그리고 열린당 출입기자의 '수재골프'는 전형적인 '정언유착'"이라고 비난한 뒤 일부 친여 언론과 매체를 향해 "그런데 동시에 벌떼처럼 일어나 사죄와 탈당과 징계를 요구했어야 마땅한 온갖 자칭 '진보' 언론단체들은 '내 집안일'이므로 먹통된 녹음기처럼 찍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있다"며 "구태와 수구를 그렇게 비판하고 공격했던 자칭 진보언론이여 왜 이렇게 조용한가? 당신들의 그 현란한 언어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 서민정당과 개혁정당을 팔아 당선된 당신들의 배지는 이제 물폭탄으로 잠긴 골프장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이고 수해 속에도 달고 왔을 당신들의 금배지, 취재를 위해 골프채를 들고나선 이 나라의 척추 격인 중견기자들-전직 기자였기에 더 부끄럽고 현재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기에 더 암담하다"고 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