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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종합수해대책회의를 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의에 자당 소속 시·도지사는 물론 관계부처 장·차관과 정부 관계자들까지 불렀다.
큰 물난리로 피해가 큰 상황에서 지자체 권력을 장악한 한나라당은 조속한 수해복구를 위해 정부와 손발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박흥수 농림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문원경 소방방재청장, 정해방 기획예산처 재정운영실장 등과 부처 관계자들까지 회의에 참석했다.
당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선 피해를 입은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수해복구와 관련한 애로사항과 문제점 등을 전달하고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예산지원 및 복구현황에 대해 얘기했다. 한나라당이 지방권력을 독점하면서 중앙과 지방정부가 대립관계에 있지만 수해복구 문제 있어선 여야를 떠나 양측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만큼 양측은 더 이상의 재난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 회의는 90분동안 진행됐다. 처음 1시간동안은 양측이 순조로운 회의를 이어갔다. 추병직 박흥수 두 장관의 피해상황과 복구현황 및 향후 계획 보고가 끝난 뒤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비롯, 참석한 3명의 시·도지사들이 잇따라 지역피해상황과 필요한 예산과 지원방안을 물었다.
"재난기금은 농어촌에 집중하고 있기에 도시지역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오 시장)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중앙정부 고위직은 현장 목소리를 담기 힘들다"(김문수 경기도지사) "특별지원이 예전보다 못한 것 같다"(김진선 강원도지사) "연례행사처럼 이 시간 지나면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시·도지사가 발언했지만 큰 문제없이 양측은 원활한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순조롭던 회의가 1시간을 지나며 균열이 일어났다. 시·도지사 발언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정해방 기획예산처 재정운영실장은 야당 소속 시·도지사들에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정 실장은 피해가 큰 서울 영등포 양천2동 상가와 공장에 대한 지원요구에 "오 시장이 말한 피해 상가와 시설 등 사유재산에 책정된 단가 인상 문제는 해마다 논란이 되고 제기된다"며 "국가재정 사정과 원칙을 따져서 지원해야 한다"고 못박은 뒤 "재난으로 입은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야 하는 개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유재산 피해는)재활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국가가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정도"라며 "개별 시설물 관리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국가도 재원을 무한정 갖고 있는 게 아니어서 오히려 지방에서 더 노력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이 끝나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박계동 의원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불쾌감을 나타냈고 윤두환 의원은 "기획예산처 실장 말을 듣고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개탄했다. 시·도지사들도 정 실장 발언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정 실장 주장에 재반박을 하는 등 순식간에 회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에 김형오 원내대표도 "모처럼 정부가 현장을 둘러보고 문제점을 아는 시·도지사들의 진지한 건의를 듣는 자리인데 뭐하는 것이냐"며 "시·도지사의 목소리가 현장의 목소리고 국민의 목소리다"고 꾸짖었다. 특히 예산처 정 실장은 시·도지사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 내내 다리를 꼬고 앉는 등 회의에 참여하는 태도도 불성실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