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자 '기자수첩'란에 이 신문 정치부 신정록 기자가 쓴 <정치인 장관 ‘떠날땐 내맘대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경제·교육부총리를 포함한 3개 부처 장관을 바꿨다.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의 장관을 바꿀 것 같다. 천정배 법무장관이다. 천 장관은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이기도 하다. 그가 정부를 떠나 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1주일쯤 됐다. 측근들이 얘기했고 이게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다. 본인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게 돌고 돌더니 20일엔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시기는 7·26 국회의원 재·보선 직후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 1주일간 청와대 반응은 “사의를 밝힌 바 없다”였다. 그러니 바꿀 일도 없다는 것이었다. 박남춘 인사수석도 전화통화에서 “천 장관 거취와 관련해 어떤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고 따라서 후속 인사 작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대통령에게 따로 얘기한 부분이 있는지 모르지만…”이라면서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0일에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정치인들이야 자기 뜻이 중요한 것이니까…”라고 했다.

    인사권자(대통령)는 말이 없는데 장관 스스로 자기 거취를 얘기하고 청와대가 뒤따라가는 양상인 것이다. 이쯤 되면 인사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만약 직업관료나 학자 출신이 이렇게 처신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뻔한 얘기다.

    장관 자리는 남고 싶다고 남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인사권자도 내키는 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객관적 기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번 과정은 그 기준을 무너뜨렸다. 내각은 또 안정성이 중요하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천 장관은 지금이 아니라 7월3일에 물러났어야 했다. 왜 그때 당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지금 돌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청와대와 천 장관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