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11일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당 대표와 4명의 최고위원을 뽑고, 13일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경선에서 김형오 전재희 의원을 선출, 내년 대선과 이듬해 총선을 관리할 새 지도부 구성을 사실상 마감했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북한 미사일 문제, 태풍으로 인한 피해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노무현 얼치기 좌파 및 무능·포퓰리즘 정권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이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구태와 새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 자체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그 동안 많은 글에서 유사 노무현 정권의 태동을 막아야 한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을 역설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다수 국민의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을 담아 수권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는커녕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하며 민심을 철저하게 짓밟은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과정과 결과,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 확보문제,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유력대권 주자들의 경선전망, 대선후보 경선에서 반드시 담보되어야 할 내용 등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글을 연재하기 전에 분명히 할 것은 열린당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일념에서, '수구 꼴통'이라는 구시대적 감옥 안에 갇혀있기를 원하는 한나라당 내 특정세력 및 인물이 누구인가를 밝히고,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견인,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과업을 완수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수구꼴통당’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나라당 행태와 요구사항

    한나라당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리전 공방, 흑색선전, 색깔논쟁 등 구태·저질 정치의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수구꼴통당’의 구태로 인한 지난 두 번의 대선실패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또 한번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를 4가지 행태로 정리하고, 우이독경(牛耳讀經)인 그들에게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스스로 한심한 자격미달자들임을 주지시킨 ‘대리전’및 충성 경쟁이었다.

    총체적 국가위기를 맞고 있는 중차대한 정국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등 제1 야당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정책능력 및 정견에 대한 소신보다는‘대리전’ 논쟁을 유발하며, 특정 대권주자에 대한 충성서약을 통해 표를 구걸하는 행태를 보여준 것은 암울한 한나라당의 미래라고 단언한다. 이런 과정으로 대표와 최고위원에 당선된 분들의 깊은 각성을 요구한다.

    둘째는 신임 강재섭 대표 및 최고위원 3명, 이규택 후보 등이 이재오 후보에게 제기한 시대착오적이고 악랄한 색깔론이다.

    이재오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시절에 보수 우파 대통령 YS에 의해 발탁되어 현재까지 3선을 한 인물이며,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 원내대표로 일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 대해서 과거 군사정권에 대항한 민주화 투쟁경력을 빨갱이 전력으로 둔갑시켜 누명을 씌우고 정치적 살인행위를 하는 행태를 볼 때 양식있는 국민들이 과연 한나라당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가증스러운 색깔론자들은 상식적 국민들이 한나라당 정권교체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명분을 봉쇄해 버렸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력 대권 주자가 노골적으로 경선에 개입함으로써 반 역사적인 민정당 지도부를 부활시키고, 당심이 민심을 거스르게 한 점이다. 이른바 대리전 논란의 당사자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중 진짜로 경선에 개입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부도적한 행태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것을 통해 대권 주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제대로 검증하는 자료가 국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넷째 한나라당 특정 정파는 소장파 남경필 의원의 당 지도부 입성을 저지하기 위해 권영세 의원을 끌어들여 일회용으로 써먹고 버려서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과거 중앙정보부나 저지를 법한 정치공작을 폈다. 7월13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소위 '작전세력'의 공작선거에 대해서 특정 후보 진영과 강재섭 대표는 당원과 국민에게 고해를 해야 할 것이다.

    ‘도로민정당’- 강경보수 지도부의 실체

    1명의 대표와 4명의 최고위원을 뽑은 7.11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는 한나라당의 잊혀져가던 뿌리가 민정당 군사독재정권에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한 한심한 작태였다. 그리고 그 배후에 '도로민정당' 지도부를 만들어낸 특정 주자 진영이 있었다.

    박 전 대표의 노골적인 지원을 업고 역전에 성공한 강재섭 대표는 공안 검사 출신으로, 6공 황태자 박철언을 받들어 민정당내 사조직인 월계수회를 만들고 핵심 멤버로 활동한 골수 민정계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신군부 쿠데타 정권인 국보위에서 활동했고, 전두환 독재정권 초기 민정당 조직국장을 거쳐 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85년 12대 국회 때 여의도에 입성한 정통 민정계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독재정권 시절 안기부 간부로 공작정치의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복심으로 신판 강경보수의 대명사이며, 한나라당에 수구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데 앞장서온 정신적 민정계다. 이들이 TV 토론 등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구태의연한 행태는 열린당 정권의 종언을 고대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착잡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했다.

    TV카메라가 돌아가면서 비쳐지는 '도로민정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마치 역사의 시계바늘이 20여 년 전 민정당 군화발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시현상을 느끼게 된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특정주자 중심의 영남 수구 패권주의
    고집한다면, 독배(毒杯)의 잔을 높이 치켜드는 것 명심해야

    며칠 뒤 원내대표 경선에서 '더 박'인 김무성 의원을 제압하고, 같은 지역의 '덜 박'인 김형오 의원이 합류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가 마치 특정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TK+PK 의 강경보수 영남 패권세력이 결집한 행태로 비쳐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직접적 요인이 기득권과 강경 보수 이미지에 매몰된 수구적 행태에서 비롯되었음을 잊어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이 비영남과 개혁 및 중도세력을 철저히 배제한 채 ‘도로 민정당’과 구 공화당의 결합으로 간 것은 대선 필패 구도다.

    그러므로 이제 강재섭 새 지도부는 자신들이 밀고자 하는 박 대표를 위해서도 향후 민심에 바탕하여 온전히 자기를 버리는 대승적 결단을 빠른 시일 내에 결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되더라도 현재의 영남 패권적이고, 강경 보수적 이미지의 인사로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대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열린당이 한나라당 새 지도부 구성을 보고 희색(喜色)이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60% 이상의 합리적 보수, 중도개혁 성향의 국민들이 ‘도로민정당’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지난 5. 31 지방선거의 압승이 자신들이 잘해서 얻은 득표가 아니건만, 한나라당은 또 다시 그들의 전매특허인 망각의 위대함을 뽐내며, 이렇게 대선 불임을 재촉하는 독배(毒杯)를 높이 쳐들고 있는 것이다. 민심을 농락하며 파멸의 묘혈을 찾아 헤매는 한나라당의 모습에서 정권교체가 허망한 꿈으로 느껴진다.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인 '도로민정당' 체제로는 더 이상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염원을 담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우파진영 전체와 합리적 보수세력 및 중도개혁 성향인 국민들의 민정당 독재의 망령을 되살려 낸 한나라당 체제에 단호한 척결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