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 연기 요구에 "대화의 틀 속에서 엄정 대처하되 상황 추이를 봐 가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맞섰다.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되 남북대화의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측의 주장이었다. 이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타에 이번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 미사일 문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겠다고 단언했었다.

    이처럼 야당의 강한 반발 속에서 강행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차기 회담날짜를 잡지 못한 것은 물론 남북관계가 급랭될 것이란 우려까지 낳았다. 북한 대표단은 떠나면서까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안 논의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제적으로도 '외교적 왕따'를 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14일에도 노무현 정부를 더욱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 장관 사퇴는 물론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력 부재'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민의 실망을 넘어 분노할 일이 생겼다. 언제 오는지 언제 떠나는지 시간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회담이 결렬되는 일이 세계 국제외교관례상 있었는지 해괴한 일"이라고 개탄한 뒤 "국제외교의 무뢰한임을 입증한 북한의 태도는 국가위신을 추락시키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망신을 당하는 상태가 오리라 예상해 남북장관급회담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장관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외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에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이번 장관급 회담은 한마디로 실패다. 정부 관련부처도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며 "북한에 선전 선동의 장을 제공했다는 예견된 결과를 표출한 것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축구선수의 위험한 플레이는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한 것'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런 사람이 남북회담 수석대표를 해야 하는 건지 대단히 의문"이라고 개탄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남북장관급 회담의 실패는 예정된 실패고 북한 대표의 연이은 망언과 악담도 예견된 후유증"이라며 "노 대통령과 이 장관이 중대한 판단착오를 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 장관은 실패가 예견된 회담을 강행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장관에게 어제 얘기를 했는데 아직 물러나지 않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나 전문가가 아닌 삼척동자도 실패를 예고할 수 있었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국내여론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한 목소리로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는데 유독 정부만 정반대의 행보를 해왔다"며 "여론악화를 서둘러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노 대통령의 이유없는 침묵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배경을 알 수 없지만 정부는 북 미사일 발사에 강력한 항의 의지도 없었고 장관급회담 목적도 불분명했다"고 지적한 뒤 "중차대한 안보문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