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은 11일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신임 대표 등 5명의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그러나 국민 가운데는 제1야당이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국민 관심 밖에서 치러진 전당대회였다. 대선을 넘보는 주자들이 모두 빠져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허한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슨 선명한 깃발이 필요하다거나 집권세력의 실정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나라당에, 그리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반드시 있었어야 할 것은 ‘긴장감’이다. 한나라당이 수권을 지향하는 제1야당이라면 우방 사이에서 고립된 나라의 현재에 대해, 당사자에서 구경꾼으로 굴러떨어진 당장의 북핵과 미사일 위기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고, 그런 당의 긴장감이 국민에게 전달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민이 불안해 하는 국가의 오늘을 피하지 않고 정면대응할 때 한나라당 집권의 명분도 거기서 싹틀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없이 한나라당이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고만 외친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을 위한, 한나라당의 집권’일 뿐이다. 국민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오늘에 무심한 정당이 어떻게 내일의 국가를 떠맡겠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지금 지지율이 50%에 가깝고, 지난 지방선거에선 54%라는 초유의 득표율로 지방정부를 싹쓸이하다시피한 정당이다. 국가의 현실에 대한 책임 역시 그만큼 커진 것이다. 그런 한나라당 대표 경선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한나라당은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KSOI 여론조사)고 판정한 국민이 44%나 됐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준 국민 가운데 51%가 “다음 대선에서 어떤 당을 택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한국갤럽 6월 3일 조사)고 했다. 나라의 오늘에 대한 긴장감과 긴박감과 책임감이 느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을 보면서 지방선거에서 52% 득표율로 이기고도 6개월 뒤 대선에서 주저앉던 ‘2002년 한나라당’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