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 데안토 논객 델모나코는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글을 데안토에 게재했다. 델모나코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대략 이렇다.

    ‘전여옥 의원이 보수집회에 갔다고 비판하며 중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잘못되었고,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중도 위치에 안주하는 한나라당은 잘못되었다’

    더 세밀하게 이야기하면 한나라당이 지금보다 더 오른편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부터 델모나코의 주장을 비판하도록 하겠다.

    델모나코 주장의 허와 실

    델모나코 주장을 비판하면서 중도에 표가 많으니 중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겠다. 단순히 중도에 표가 많으니 중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내가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나라당 문제해결의 본질은 매력을 길러서 자연스럽게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흡수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중도로 가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불교에는 소승불교(小乘佛敎)가 있고 대승불교(大乘佛敎)가 있다. 소승불교는 대중성이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불교의 형태다. 반면 대승불교는 대중성이란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해 여러 대중을 포괄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측면이 강한 불교다.

    한나라당은 무려 1000만 이상의 시민들이 지지하는 대중정당이다. 이 안에는 극우보수도 있고, 보수도 있으며 중도보수도 있을 수 있고 소수라도 중도세력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중도세력이라고 해봐야 중도우파이거나 중도좌파이겠으나 그런 세세한 구분은 생략하기로 하자.

    상식적으로 1000만 이상의 지지자가 있는 대중정당이므로 모두의 합의를 얻을 수 있는 선에서 당의 언행이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델모나코는 더 오른편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이미 지금 한나라당의 스탠스는 1000만 지지자들의 암묵적 동의를 받아 형성된 스탠스이다. 델모나코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마치 한나라당 지지자의 거의 대부분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

    델모나코가 극우파인 이유

    델모나코는 극우파이다. 보통 보수사회에서는 극우파들에게 ‘당신은 극우요’라고 말하는 것을 꺼려한다. 상대의 불만을 사서 감정싸움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한다.

    델모나코는 극우파다.

    델모나코가 극우파인 이유는 간단하다. 극우파나 극좌파는 모두 세상을 선과 악으로 잘라 보는 경향이 짙다. 물론 세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눠 본다고 전부 극우나 극좌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일단 극우나 극좌의 대표적인 특징이 그것이다.

    상대를 무조건 ‘악의 세력’이라고 간주하고 보니 다양한 의견을 존중할 수 없고 무작정 제거하려 들 수 밖에 없다. 이는 극좌파도 마찬가지다. 보수사회 일각에서는 극좌파들이 준동하므로 극우파들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극우나 극좌나 문제있는 집단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극우파들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북한 인권을 걱정하는데 우리를 왜 극우파라고 공격하느냐’라고 항변한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당연하다는 논리가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어느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수단을 써야 한다.

    요즘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이른바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어느 정치사이트에 가보니 한나라당의 어느 중진의원까지도 그의 전력을 문제삼아 ‘좌파’라고 공격하고 있었다. 정작 그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을 위해 이른바 ‘저격수’로 노력해 온 인물이었다.

    기성세대들 덕택에 번창해 기성세대들 때문에 망한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의 특징은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일어나 역시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언행 탓에 망할 판이다.

    한국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특징은 권위주의다. 한마디로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든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 기성세대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특징은 이런 부류의 기성세대들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크다는 것이 문제다.

    한나라당 내부의 목소리 큰 기성세대들은 어느 사안에 대해 한 가지 입장을 확정하고는 그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몽땅 잘라 내려 든다.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등졌다.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소장파 의원 가운데 몇 사람이 밀려 나갈 판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 목청 큰 기성세대들의 힘 앞에 많은 의원들이 밀려 나갈 판이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반 한나라 진영의 정치기본은 덧셈정치다. 일단 한나라당을 피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누구나 다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일단 대통령 선거철에 있어서는 그 세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 기성세대들의 정치기본은 뺄셈정치다. 어느 목표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반대하면 일단 잘라내기부터 한다.

    끝으로 델모나코에게 제안을 보낸다. 한나라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번 직접 정당을 해보라. 요즘 들리는 바에 따르면 한나라당을 대체하는 보수성향이 강한 정당이 창당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델모나코의 주장대로라면 상당수의 한나라당 유권자들이 그 당으로 이동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