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이명박 등 한나라당 차기대선주자들은 외견상 7월 당권경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대선후보간 대리전으로 변질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양측 모두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과 대권의 꿈을 접고 당권에 도전한 강재섭 의원간에 미묘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선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이 시장은 최근 당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대통령 선거 6개월 전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한 당헌·당규에 대해 "(후보선출 시기가)너무 빠르다. 관련 당헌·당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내 대권주자가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6개월전 후보를 뽑도록 한 현행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고 맞서는 등 당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시장은 또 7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관리형 대표'의 조건도 내세웠다. 그는 '관리형 대표'의 조건으로 "개혁성과 뱃심, 야성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한나라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 같은 발언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친분이 두터운 '이재오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박근혜-이명박 간 대리전으로 변질돼선 안된다는 공통분모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시장이 쏟아낸 발언들은 '개혁' 보다 '안정과 통합'을 내세우고 있는 강 의원 입장에선 적잖은 불쾌감을 갖는 분위기다. 이 시장의 발언이 자신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반면 경쟁자인 이 원내대표와는 손발을 맞춘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강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이 시장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점을 겨냥해 연일 "특정대선후보가 당권경쟁에 개입하면 안된다" "특정주자와 가까운 사람이 당을 맡는 순간 당은 갈등과 분열의 씨앗을 잉태하게 될 것"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29일엔 대선후보 선출시기를 문제삼은 이 시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이 시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강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고운기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혁신안이라는 것을 만들어 논의한 결과 경선 1년 전부터 당권-대권을 분리하자 해서 된 것을 왈가왈부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헌·당규 재개정 불가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장의 대선후보 선출시기 개정 주장을 "(경선의 불공정 시비)우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을)통합하고 잘 조율하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성격과 품격과 정치능력을 가진 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리형 대표의 조건을 '개혁'으로 규정한 이 시장의 주장 역시 '대선후보 경선 공정관리'란 명분으로 안정과 통합을 내세우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