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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일 것이다. 7월 당권 준비를 위해 갈길바쁜 이 원내대표의 발목을 당 안팎에서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표정도 밝지 못하고 학교급식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 처리 문제에 대한 이 원내대표의 입장이 하루사이 달라지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28일 오후 의원총회장에 입장하는 이 원내대표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였다. 예정시간 보다 12분 가량 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이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과의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았고 안경률 원내수석부대표로 부터 몇가지 상황을 보고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월 '여당에 사학법 재개정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7월 당권도전을 위해 6월 임시국회 회기를 끝으로 원내대표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5·31지방선거에 완패하며 지지층이 급속히 와해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의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사학법 재개정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고 당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 강경보수성향 의원들이 사학법 재개정의 6월 처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7월 당권 경쟁자인 강재섭 의원의 압박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커지고 있고 사학법 장외투쟁 당시 최전선에 섰던 강경보수성향 의원들의 재개정 압박 역시 이 원내대표의 숨통을 죄고있다.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전여옥 의원의 경우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하겠다는 것 딱 한가지를 내걸고 원내대표가 됐기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마무리 해야 할 일"이라 주장하고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사학법 재개정 처리에 대한 당부를 한 점도 이 원내대표에겐 큰 부담이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의 경우 박 전 대표가 '상생'이란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처음 장외투쟁까지 나선 법안으로 대권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에겐 사학법 처리여부가 대권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사안이다. 때문에 7월 당권을 준비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로선 사학법 재개정 처리 여부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 불명예 퇴진'과 '당권도전실패'란 쓰라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7일 오후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사학법 재개정이 안된다면 어떤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이 원내대표는 하루만에 입장을 바꿔 28일 학교급식법과 고등교육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에 대해 사학법 재개정안과 분리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6월 회기 중 처리해야 할 시급한 민생법안의 처리 입장으로 가닥을 잡고 여당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자신의 진두지휘 아래 추진하던 사학법 재개정 처리 문제에 대해 "지난번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다른 여타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는데 오늘 의총에서 이 부분을 포함해 30일 본회의 처리 안건을 논의해달라"며 짐을 소속 의원들에게 넘기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 부담을 소속 의원들에게 넘기며 "원내 최고의사결정은 의원총회다. 원내대표단이 의총결과를 집행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나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의 기본흐름은 최종적으로 의총을 거치게 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당내에선 '당권을 준비하는 이 원내대표가 사학법 화살을 최대한 피해보려는 심산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 관계자는 "해결방법은 없고 사학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불명예 퇴진에 당권까지 놓칠 수 있는 만큼 지금 이 원내대표의 속이 많이 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