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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내대표직이 끝났으니까 할 것이 없어서, 대권 후보 하려다가 안 되니까 나오는 그런 얍삽한 정치는 안한다”
한나라당 7월 전당대회 출마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경쟁자인 강재섭 의원에게 날린 ‘펀치’다. 대권에서 당권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비꼰 말이다. “안정 없는 개혁타령은 혼란과 불신만 가중 시킨다”는 강 의원의 ‘선공’에 대한 반격 차원이기도 하다.
이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6월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었던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당권 도전 선언을 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6월 국회가 끝나는 30일로 원내대표직을 마무리하고 7월 2일 전대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직설 화법으로 강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확실한 대립각부터 세웠다. 그는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강 의원이 설치하겠다고 한 ‘국민참여경선관리위원회’에 대해 “이미 내가 다 한 이야기인데 의미가 있느냐”며 “누가 한마디만 하면 유행처럼 따라간다.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은 그냥 백화점 인기상품 팔듯이 하는 게 아니다. 유명 브랜드 모방하는 것은 구태정치의 전형이다”며 “정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훈계’했다. 강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철학과 소신에 의해 정말 내가 왜 당 대표가 되려고 하는지, 당 대표가 돼서 당과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 가슴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나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 비전과 소신, 철학을 가지고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끝났으니까 할 것이 없어서, 대권 후보 하려다가 안 되니까 나오는 그런 얍삽한 정치는 안한다"며 “역사적 소임이 주어지면 전부를 바치는 것이고 임무가 끝났으면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 이것 안하니 저것 해야지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권을 향한 이 원내대표의 발걸음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당내에서조차 여론을 의식해 조속한 처리의 목소리가 높은 학교급식법 개정도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연계하겠다고 했다. 또한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폰 소지 등으로 다음 수능시험 자격이 박탈당했던 38명을 구제하도록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당권 도전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는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사학법 재개정과의 연계 처리 방침은 유효하며 학교급식법도 연계된다”며 “7,8월은 방학기간이기 때문에 급식 수요가 없다. 9월로 넘어가야 한다. 어느 법에 쫓겨 (연계처리) 입장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예외가 아님을 강조한 뒤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보완하면 된다. 그게 국회의 기능이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당장 열린당으로부터 “‘민생법안처리 가로막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중단하라’고 구호라도 외쳐야 할 판이다. 국회가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하부기구인가. 왜 민생법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볼모가 돼야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