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내달 26일 치러질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 등과 연합공천이나 공천연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보선 결과에 앞서 향후 벌어질 정계개편 등을 염두에 두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린 듯한 모습이지만, 거론되는 당사자들은 ‘꼼수’가 깔렸기 때문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염동연 열린당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 “현재 당 상황과 지지율로는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이기기 힘들다. (민주당 등과의) 연합공천이나 공천연대를 시도해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당 등과의 ‘선거연대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 총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자칫 정계개편 논의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우려를 표했으며 이를 놓고 논란이 일자, 나중에 다시 논의키로 하고 일단락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염 총장이 당내 대표적인 통합론자로 꼽히고 있는 만큼 민주당과의 통합추진 등 향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의 의도가 아니냐는 시선이다. 당내 일각에서도 염 총장이 민주당 등과의 선거연대 이유로 ‘현재의 당 상황과 지지율로는 재보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상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번 7·26 재보선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염 총장이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통합론과 정계개편 논의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정기국회 이후에는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자는 차원에서 정계개편 논의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용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염 총장은 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 일하시라는 뜻을 김근태 의장에게 전했다”면서 “6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본격적인 통합론 추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당에 부담이 되는 당직 유지보다는 사퇴를 선택했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선거 연대’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거론된 민주당은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이상열 대변인은 23일 국회브리핑을 통해 “열린당에서 후보를 내고 안내고는 열린당의 사정이고, 열린당 내부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면서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당선될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후보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무원칙한 연합공천은 동의할 수 없다”며 “아무 것도 합의할 수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박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이길 수 없으니 모여보자는 것인데, 민주당과 의논을 깊게 할 것이지, 굳이 민노당까지 언급할 필요 없었다. 내용도 없고 민노당은 뜻도 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논의에서 빼줬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