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성과 뱃심, 야성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한나라당 대표가 돼야 한다”   ·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내세운 한나라당 ‘관리형 대표’의 조건이다. 내달 11일에 치러지는 전당대회가 ‘박근혜 vs 이명박’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발언은 “특정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는 이 시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어 향후 당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23일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까지 당을 관리할 대표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지금 한나라당이 보수당이다, 부자당 영남당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개혁적인 성향이 있어야 한다”며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헌법 개정이다 뭐다 정치적 활용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걸 견제할 수 있는 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난 대선의 김대업 사건 같은 공작정치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개혁성과 뱃심, 야성 등 이런 점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며 “여당이 저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의장이 지방정부 심판론이다 해서 그 일환으로 나를 대입해서 공격했는데 그런 것에 대응을 잘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손사래까지 치며 “일반적 국민의 여망이 그렇다는 것이지 특정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누가 되도 중립성을 지킨다. 당 대표가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며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이 당 대표를 보고 당의 이미지를 연관시킨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소장·개혁파 중심의 ‘미래모임’에서 독자후보를 내겠다고 한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서 그렇게 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도 당의 이미지를 봐서는 좋다. 뭔가 새로워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며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을 두고 국민들은 당이 뭔가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탈당이나 창당 하는 것은 후진적 정치, 3김시대나 가능”
    “대선 후보 경선보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 한나라당 하나 돼야”


    이 시장은 당내 널리 퍼져 있는 대선 경선 후 분당 우려에 대해 “국민은 한나라당이 단합해서 정권교체를 하기 바란다”며 “당을 만들었다 깼다 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3김 시대나 가능했다”고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세계 정치는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국민에게 외면을 받고 하는 식이다. 그냥 사람이 싫어서 당을 깨고, 탈당이나 창당을 하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다”고 말했다.

    또한 “혹시 내가 경선에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선 후보 경선보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적 있다”며 “지금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다. 이것은 국민의 열망이고 한나라당이 그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국민이 실망해서 기회를 안 줄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옛날같이 당을 장악해서, 거기서 뭐가 만들어지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당이 하나가 돼서 이겨야 한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다른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돼도 만족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직 대선 출마 선언도 안했는데 왜 자꾸 묻느냐”고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는 30일 서울시장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시장은 한나라당 복귀 시기와 관련, “지금은 당적이 없고 내년쯤 상임고문인가 된다. 내가 국회의원도 아니고 그러니까 정치활동은 당분간 하기 어렵다”며 “해외 초청 받은 곳도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데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연락사무소를 마련했으며 한옥보존지구내 가회동 북촌마을에 살 집도 준비했다. 또한 퇴임 후 특강과 지방 정책 투어에 나설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