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에 ‘박근혜 대표’는 빠졌지만 그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지난 16일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물러난 박근혜 전 대표 뒤를 이어 당 대표직을 승계한 김영선 신임 대표의 취임식이 진행된 19일 서울 염창동 당사 회의실.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함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 신임 대표는 이날 취임식에서 “박 대표가 만든 개혁된 당의 모습을 유지하겠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칭찬으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는 “정치라는 것이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와 같아서 민심을 떠나서도 안 되고 그 아래로 가라앉아서도 안 된다”며 당 운영 방향의 틀을 이야기 한 뒤 그 모델을 박 전 대표로 삼았다. ‘박근혜 대표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7대 국회 전반기 박 대표는 엄정한 정치로 사적인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깨끗한 한나라당을 만드는데 힘을 다했다”며 “박 대표의 개인적 결단과 엄정한 자세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깊은 감동을 자주 느꼈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박 대표가 새롭게 만든 한나라당의 모습을 유지할 때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며 “부정적이고 네거티브한 정치에 머물지 말고 새로 알을 깨고 태어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이슈와 사회적 역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표도 했고 차기 지도부도 하겠지만 전환기의 대표로 민생현장을 찾아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5·31지방선거에서 느낀 것처럼 국민의 민생고를 해결하고 노무현 정권의 무능력과 갈팡질팡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대표는 취임식 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박 대표가 여백의 정치, 신선한 정치로 공평하고 엄정하게 당을 이끌어 옴으로써 국민들에게 상큼하고 날렵한 느낌을 줬다”며 “남은 기간 동안 (박 대표가) 국민들에게 준 좋은 인상을 유지했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이날 의총에는 평의원으로 돌아간 박 전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박 전 대표는 의총장 맨 뒷자리에 앉아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인사를 받기도 했다.

    ‘포스트 박근혜’를 뽑는 7월 11일 전당대회까지 ‘24일 동안’ 당 대표를 역임하게 되는 김 대표는 공정한 전대 관리도 약속했다. 그는 “7월 전대와 관련 많은 분들이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이슈 정책을 할 것인지 첨예한 노선 정치를 할 것인지 진진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는 하나 된 한나라당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개인의 선택을 표시해야 하지만 당 조직 자체가 왜곡되지 않게 중립자 역할을 해 달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심판자 역할도 해야 하는 만큼 편중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