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건 전 국무총리와 우리는 이미 하나다'

    열린우리당에서 나도는 말이다. 당 지도부는 고 전 총리와의 연대 문제를 포함한 모든 정계개편 논의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룬다고 ‘엄포’(?)를 놨지만 소속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핵심부에 몸담았던 한 의원측은 “(당의) 껍데기를 확 벗겨내든지 이름을 바꾸든지 해야지, 이게 무슨 당이냐”며 고 전 총리와의 연대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위해 당 외부에서 바람이 주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열린당과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위한 외부 동력은 이미 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자금 위반으로 올 2월 의원직을 상실했던 신계륜 전 의원이 그 중심에 나선 모양새다.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에서 열린 신 전 의원의 팬클럽 ‘신계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신사)’ 행사에 고 전 총리가 참석한 것이 일단은 예사롭지 않다는 당내 분위기다. 이날 모임은 ‘신사’측에서 고 전 총리에게 강의를 요청한 형태였다. 행사는 고 전 총리의 별도 강의 없이 참석자들과 20여분 가량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 일단락됐지만 일단 고 전 총리와 열린당과의 연대를 위한 외부 동력의 신호탄이라는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신 전 의원이 최근 열린당과 고 전 총리와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 데다가 ‘킹메이커’로 불리기도 했던 신 전 의원의 그간 역할을 보더라도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신 전 의원은 당내 3선의 중진급 의원이자 운동권 출신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맏형격으로, 김근태 의장과도 아주 막역한 사이다. 당내에선 지난 4월 이미 김 의장을 비롯 중진 등 76명의 의원이 참여한 ‘신계륜과 함게 하는 의원모임(신의)’이 꾸려져 있기도 하다. 또 고 전 총리와는 지난 98년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고 전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선대위본부장을, 고 전 총리의 서울시장 당선 직후에는 시장직무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다. 그 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고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었다.

    신 전 의원의 당내 영향력과 고 전 총리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중간 매개 고리로 신 전 의원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이다. 신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외부 동력 발생시 당내에서도 급격한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 전 의원은 최근에는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고 전 총리와의 연대 문제에 대해 “고 전 총리를 가끔 본다”면서 “연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연대할 필요도 있고, 또 그럴 이유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었다. 신 전 의원은 또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의견과 열린당의 의견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부분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면 연대할 수 있다”고 했었다. 

    이와 함께 17일 발매된 7월호 ‘월간중앙’은 열린당 소속 의원 70명을 대상으로 지난 7~13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원 80%가 고 전 총리측과 손잡아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15.7%는 ‘합당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4.3%는 ‘정당간 연대’를 바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