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다시 한 번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 재건을 위해서는 당 대표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단일지도체제가 적격이라고 고집해 온 한 대표가 ‘공동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상열 대변인은 12일 국회 브리핑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보완한 공동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5·31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토대로 당세 확장과 외연 확대를 위해 차기 전당대회가 있는 내년 2월까지 공동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공동대표를 새로운 외부인사에게 맡기기 보다는 당내 인사에게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대표로는 장상 선대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인으로 구성된 민주당 당헌개정소위원회(위원장 이상열)는 공동대표제 도입을 위해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중앙위원회에서 공동대표를 선출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한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단일지도체제를 버리고 공동대표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지방선거 이후 당내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희망한국국민연대’ 발족으로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중심이 아닌 외곽으로 밀려 났으며 설상가상으로 “고건 캠프에 합류하려거든 당을 떠나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내 ‘친(親)고건파’의 동요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反)한화갑 진영의 집단지도체제 도입 요구와 맞물려 한 대표는 당 주도권마저 놓칠 위기에 놓였다.

    이래저래 코너에 몰린 한 대표가 돌파구로 찾은 것이 공동대표제다. '일인 독재'라는 비판을 받아온 단일지도체제를 버리고 공동대표제를 선택함으로써 반(反)한화갑 진영의 요구를 반영한 모양새를 취해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 대표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을 경우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대표로 자기 사람을 세운 뒤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를 대비해 ‘수렴청정(垂簾聽政)’의 기반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도입 배경을 둘러싼 말들이 무성한 가운데 당내에서도 공동대표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요구해 온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동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지방선거에서 선전했으면 국민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나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야기를 잘못하면 해당 행위라고 비판하는 분위기라서 말도 자유롭게 못하겠다”며 한화갑 체제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조만간 의원들끼리 모여 공동대표제에 대해 의논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논란을 잠재우려는 한 대표의 공동대표제 도입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온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