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육당 최남선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이 발간하는 '우리 길벗' 6월호에서 강 전 총리는 "육당 최남선 선생은 진정한 민족주의자요 애국자"라며 "그의 학병지원 찬성발언만 가지고 그를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고 12일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강 전 총리는 일본 강점기 말엽인 1943년 만주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최남선은 당시 만주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제 관계를 맺었다. 강 전 총리는 "육당 선생이 당시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두 말없이 지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월간지에서 강 전 총리는 지난달 18일 유엔한국협회 박수길 회장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태평양 전쟁 말기 만주 건국대 학생들이 학병으로 나가야할지를 두고 육당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갔다"면서 "육당 선생은 천황이나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을 위해서 학병으로 나가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최남선의 학병 지원 찬성을 옹호했다.

    그는 "육당 선생은 우리나라가 망한 것은 힘이 없어서인데, (나라의) 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력이며, 우리 민족이 군사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전쟁터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죽은 동포와 학우의 시체를 넘어서 이 나라에 큰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육당 선생의 설명에 당시 만주 건국대 재학생들은 모두 학병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강 전 총리는 이어 "육당 선생은 만주 건국대에서도 조선 민족이 동북아 문화의 중심이라고 주장해, 일본 교수들에게 미움을 사 1학기만에 강의를 그만뒀다"면서 "이런 분이 어떻게 친일파일 수 있겠느냐"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최남선의 친일 행각은 이미 많은 문서 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어, 강 전 총리의 '육당 옹호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문화일보는 전망했다. 사적 인연으로 들은 몇 마디를 가지고 역사의 진실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남선은 1919년 3.1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민족대표 33인 중 1인이었지만 수차례 학병 지원을 찬성하는 발언을 했으며, 1943년에는 재일조선인 유학생의 학병 지원을 권고하기 위해 도일하기도 했다. 또 최남선은 지난해 8월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이 발표한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될 1차명단에 친일 교육학술가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친일행각' 선정기준과 편협한 사관에는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