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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하러 비대위에 들어가느냐. 덤탱이 쓸려고 들어가느냐”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열린우리당의 후속 지도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과 관련, 비대위 포함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당내 한 중진 의원이 비대위 참여에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내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중진 의원은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인근 모처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비대위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데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신의 비대위 참여 문제에 대해 연신 손사래를 쳤다.
이 중진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비대위 참여 문제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모습이다. 실제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 자리가 좋아서 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등 비대위 참여 자체를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들도 “뭣하러 힘든 시기에 들어가서 옴팍 뒤집어 쓰려고 하는냐”고 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론이 거론되는가 하면, 당내 계파간에는 ‘좌파’ 운운하며 ‘실용 대 개혁’의 격한 노선투쟁이 예고되고 있는 현재의 당 상황에 대해서도 “참 걱정이다” “답답하다”면서 우려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처음에는 광역단체장이 1~2곳 정도 더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선거운동기간에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들어보니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패배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참패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우 착잡한 표정으로 “선거 당일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정말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투표율 제고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을 의미하며 이는 곧 열린당의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아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동영 의장도 (이번에 나온 선거결과보다) 1~2곳 정도를 더 예상하고 일부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면 된다고 생각하고 당 의장직을 수락했던 것 같았는데…”라면서 정 의장 사퇴는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경제걱정을 많이 했는데…”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편, 열린당은 9일 비대위 위원장에 김근태 전 최고위원을 사실상 확정했으며 비대위를 상임위원 7명 비상임위원 8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상임위원은 종전의 최고위원회의 역할을 수행하며 문희상 신기남 유재건 배기선 이석현 정동채 김원웅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그리고 여성 한 명은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포함된다. 열린당은 이르면 9일, 늦어도 오는 주말까지는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