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후속 당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제체로 당을 운영키로 함에 따라 향후 비대위 구성원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 구성 권한을 위임받은, 전직 당의장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8인 인선위원회’는 조속한 위기 수습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당내 의견을 수렴해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일단 당내 각 계파가 비대위 구성 문제를 놓고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인 데다가, 창당 31개월새 9차례에 이르는 잦은 지도부 교체로 당내 인재풀에서도 상당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들이다.

    이에 더해 특히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 참여 자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마저 나타난다. 실용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그 자리가 좋아서 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사실상 비대위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당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재선의원급으로 비대위 참여가 유력해 보이는 한 의원은 “난 재선이 아니라 다선 의원인 줄 알고 있는데…”라는 식의 농을 던지면서 비대위 참여에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당내 관계자들도 “뭣하러 힘든 시기에 들어가려고 하겠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 등의 비대위 참여 문제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강 전 장관은 낙선 이후에도 정치활동의 여지를 남겨뒀던 만큼 ‘8인 인선위원회’의 설득에 따라서는 비대위 참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통해 일부 의원들이 탈계파적으로 강 전 장관의 진면목을 인식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강 전 장관의 비대위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 구성에 초·재선 의원과 여성 의원들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대위원장직이 유력한 상황에서 중립적 당 운영을 위해 중도실용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비대위 구성 문제를 놓고서도 적잖은 갈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인 인선위원회’에 비대위 구성 권한이 전격적으로 위임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초·재선 의원과 여성 의원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석현 의원은 “미봉적 눈속임식 단합은 안 된다. 당은 어차피 삐걱거리게 돼 있다”면서 비대위 구성 여부를 떠나 당 노선 재정립을 통해 재창당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8인 인선위원회’에 속해 있는 유재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시사프로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 오늘(8일)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면서 비대위 구성원 면면과 관련해서는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국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경험 없는 젊은 개혁적인 참신한 사람과 협력해서 당을 이끌어 나가는 게 좋겠다는 얘기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유 의원은 이어 ‘비대위 구성이 자칫 계파간 나눠먹기로 흐르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소명으로 느끼고, 역사 앞에서 죄짓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8사람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