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5.31 지방선거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었지만, 이렇게 국민들의 성난 민심이 폭발된 경우는 과거 선거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의장을 지냈던 핵심실세였던 문희상은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정부와 여당에 대한 ‘탄핵’이었다.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라는 명령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참패에 대한 지식인들의 분석들도 가지각색이다. 차제에 보수우익의 입장에서 여당 참패요인을 재음미하여 그들의 분석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2007년 대선에서 친북좌파정권을 종식시키려는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월 1일자 중앙일보에 나온 10명의 지식인들의 발언한 내용은 대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의 언행과 그의 불안정한 리더십에 대한 실망, 각종 개혁의 허구성, 또 부동산값 안정 실패와 세금 인상 등의 경제정책의 실패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전문가의 진단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진단은 뉴라이트 운동을 선도한 신지호(서강대)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우파들이 지나치게 경직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더욱 내세운다면 국민의 지지가 이내 철회될 수 있다. 우파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한다.” 이 발언은 보수우익의 입장에서 볼 때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발언으로서 중대한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물론 신지호의 참된 의도는 이념논쟁, 색깔논쟁의 재탕을 우려하는 마음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는 십분 이해는 되지만, 상당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그는 만약 보수우익들이 공세를 강화한 나머지 반공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면 국민적 지지 철회를 각오해야할 것으로 보수우익세력을 윽박지르고 있다.

    여기에서 반공이데올로기란 것이 과연 신지호의 견해대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가를 곰곰이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반공을 국시로 세운 나라이므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반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다만 김대중이 집권하고 평양을 방문한 이후 국민과 국회와 상의하지도 않은 채, 김정일과 6.15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난 뒤부터 김대중-노무현 친북좌파정권이 노골적으로 남북화해를 추구한다고 선동-선전하다 보니까,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반공노선이 일거에 무너졌을 뿐이다.

    그러나 보수우익의 입장에서는, 북한 김정일 수령독재 정권이 존재하는 한, 반공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더불어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대남공작을 중단하고, 적화통일을 포기하면서 국제적으로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여, 민주정권으로 체제의 변형을 시작하고 있다면, 반공 이데올로기는 신지호의 우려가 없더라도 그 역할을 다 함으로써 역사의 무대에서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강도가 흉기를 들고 대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는데, 문단속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김정일이 김대중의 선사한 5억달러와 그 이후 해마다 제공되는 쌀과 비료 등 막대한 남한의 대북원조, 그리고 부지런히 친북인사들이 갖다 바친 조공 선물 보따리를 받고 감읍하여 개과천선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2대에 걸친 친북좌파정권들이 국가홍보매체와 매스컴, 심지여 친북지식인들을 총동원하여 마치 평양에서 구멍가게들이 생기고, 평양 아낙네들의 치마길이가 몇 센티미터가 짧아졌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김정일 정권이 개혁, 개방을 향해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해 왔던 것이다.

    또 신교수는 우파에게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어떤 사안인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있지만, 우파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체제, 가치관에 대한 신조는 쉽게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반공 이데올로기를 포기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대북강경책을 포기하라는 것인가?

    현재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한 시민 운동가들은 우선 과거 해방후 선배들이 좌파, 공산세력들과 어떻게 싸워서 건국하여 대한민국을 지켜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부터 올바르게 해야 할 것이다.

    만약 뉴라이트 운동을 의도적으로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보이게 만들려기 위해서 올드 라이트와 구별하려고 과거 해방이후 전개된 보수우익운동의 역사적 계보와 단절하려는 시도는 스스로를 고립무원에 빠지게 하는 우를 범하게 되므로 이런식으로 전체 우익운동의 약체화를 가져와서 곤란하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산하여 십계명(十戒命)을 설교한 것처럼, 뉴라이트 운동이 어떤 젊은 구세주에 의해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국민 대중들에게 느껴지도록 행동하면 뉴라이트 운동의 성격은 유아독존(唯我獨尊)과 비역사성(非歷史性)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체성의 큰 혼란은 물론 우익내부의 ‘사쿠라’ 논쟁에 빠지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