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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입은 뱀' 노혜경·지충호·송명호·전교조

입력 2006-05-31 14:22 | 수정 2009-05-18 14:50
문화일보 31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종호 논설위원이 쓴 시론 '정장 차림의 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을 칼로 그은 테러범은 평소 수입이 없는데도 말끔한 옷차림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검·경 합동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한 점을 조사해 주지 않는다고 거듭 불만을 나타냈다. 방화미수·강간미수·상해·폭행 등을 일삼다가 14년4개월간 복역한 그가 죄의식이나 죄책감을 갖기보다 남탓을 앞세운 셈이다. 그가 사이코패스(psycopath)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이다.

사이코패스는 심리학과 정신의학 용어로 반(反)사회적인 성격장애자나 정신질환자를 일컫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로버트 D 헤어 교수는 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라는 부제가 붙은 헤어 교수의 저서 ‘진단명 사이코패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범죄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는지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거짓말과 허풍떨기를 즐긴다. 이기적이며 공격적이다.

그래도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깔끔한 옷차림에 달변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아 매력적인 인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범죄심리학자인 일본 게이오대 니시무라 유키 교수는 사이코패스를 ‘정장 차림의 뱀’으로 일컫는다. 그 ‘정장 차림의 뱀’이 많은 사회는 당연히 비뚤어지고 위험한 사회다. 한국 사회도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박 대표 테러범은 밑바닥 삶을 살아온 사람이지만, 사회 지도층이나 지식인 중에도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의심할 만한 행태를 보이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야만적 테러를 개탄하기보다 오히려 “우하하하하 통콰이 하도다”라며 피습 당한 박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시를 발표한 명문대 출신의 50대 시인도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테러의 자상(刺傷)을 수술한 박 대표에 대해 “60바늘을 꿰맸다니 성형도 한 모양”이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린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의 또다른 40대 시인도 마찬가지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인 그 50대 시인은 차마 글이나 말로 옮기기 어려운 비속어까지 동원해 시라기보다 욕설이라고 해야 할 글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렸다. 시의 제목에서부터 여자 성기를 지칭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은 그는 비판이 쏟아지자 “그런 시는 그보다 더 원색적으로 더 비열하게 더 더럽게 느껴지도록 써야 하는 법”이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그 글 때문에 학교에 못 가겠다고 하는 자신의 딸에게 “아버지가 그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라고 할만한 행태가 분명하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사이코패스라고 할만한 행태가 개인의 일회성 돌출 행동에 그치지 않고 집단화·세력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966년부터 10년에 걸쳐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의 홍위병에 비견할 만한 광기의 집단적 표출이 크고 작은 규모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런 조짐을 입증한다.

반미운동을 직업으로 삼다시피해 그 시위의 깃발을 내걸 만한 곳이 있다고 여기면 어김없이 몰려가 폭력적 집단행동을 벌이기 일쑤인 일부 인사들의 행태도 그런 사례에 든다.

권력화한 일부 시민운동단체도 그렇다.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은커녕 스스로 권력화해 일탈을 일삼으며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가 하면, 정치권력이 특정 정책 목표를 밀어붙이기 위한 홍위병으로 활용하려는 발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의 부족한 점심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려주기 위한 고육책으로 첫 수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에서 8시40분으로 앞당겼다고 해서 삭발과 리본달기로 한달 넘게 집단 항의 해온 어느 고교의 전교조 교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정장 차림의 뱀’들이 더 행세하고, 더 세력을 키우고, 더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기 전에, 심신이 건강하고 건전한 다수가 아직은 사회의 일부인 그 ‘뱀’들의 실체를 끊임없이 밝혀내며 경계하는 일을 잠시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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