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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곳은 대전과 제주 두 곳이다. 특히 대전시장 선거의 경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활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대전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열린당으로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수도이전'이란 카드로 잡아놓은 충청권을 어떻게든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전북과 대전 단 두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원의 중심인 대전마저 잃을 경우 다음 정권을 고스란히 내놔야 할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기 때문.
한나라당 역시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선 충청권의 지지가 절실하다. 지난 대선패배의 원인이 충청권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높다. 고위 당직자는 "이번 선거에서 대전승리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대전이 지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고 당 지도부 역시 대전승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전판세, 열린-한나라 지지율 격차 점차 줄어들어
20%포인트 차이나던 지지율 10%대로 줄어, 한나라당 역전 주장도박근혜 대표는 병상에서도 대전선거 판세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한나라당은 대전에 선거 베이스캠프를 차리며 총지원에 나섰다. 박 대표를 대신에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는 선거 막판 대전에 총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24일 선거대책회의를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대책 간부들이 좀더 자주 대전을 방문해 격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대전시장 선거 판세는 열린당의 우세 속에 한나라당이 맹추격을 하는 양상이다. 20%포인트 이상 차이나던 양측의 지지율 격차도 10%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 주장에 따르면 박성효 후보가 열린당 염홍철 후보를 따돌렸고 상승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4일 대전의 바닥민심을 들어봤다. 강 위원장의 주장처럼 한나라당의 상승세를 말하는 유권자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대전의 유권자들은 "충청도 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변수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민, '박근혜 피습'사건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 주장
'염홍철 후보 당적변경' 시민들 반감 커, 한나라도 '철새 염홍철' 집중공략때문에 이번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선거에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이날 오전 대전 유성시장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을 지켜 본 시민들은 박 후보의 연설에 꽤 많은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장날이라 어수선했던 점을 고려할 때 유세현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높았다. 두번의 시장을 지낸 염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박 후보는 유세의 초점을 '철새 염홍철'로 잡았다.
박 후보는 "염 후보는 민선과 관선 두번 시장을 했지만 대전은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다고 여러분은 생각할 것"이라며 "시장은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하는데 염 후보는 배은망덕하게도 자기를 키워준 정당을 배신한 신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한 뒤 "신의가 없는 사람은 언제든 또 배신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박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는 시민들 역시 박 후보의 주장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염 후보가 싫은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그렇게 배신을 했다는 것이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고 다른 시민 역시 "이리갔다 저리갔다 지조가 없다"며 염 후보의 당적이동에 대한 비판을 쏟았다. 한 시민은 "한나라당에서 열린당으로 가는데 설마 그냥 갔겠냐? 돈 받고 갔겠지…"라며 염 후보의 당적변경이 '대가성 이동'임을 의심하기도 했다. 다른 시민 역시 "아직 후보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일단 염 후보가 당적을 옮기면서 민심을 많이 잃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역전극 만들기 위해 부족한 2%는 '박근혜 부재'
대전시민들 "박근혜 한번 와주면 판세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그러나 한나라당이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아직 2% 부족한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부재'. 박 대표 피습 사건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판세를 확실히 역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박 후보측이 박 대표의 지원을 아쉬워하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날 유세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던 말은 "박근혜가 와 줬으면…"이었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영선 최고위원, 허태열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지원유세를 펼쳤지만 박 대표가 지원유세를 할 때와는 유세분위기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
다소 썰렁한 유세현장을 지켜 본 한 시민은 "박근혜가 왔어봐라 이 좁은 도로가 마비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가 빠진 지원유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박 대표가 한번 와주면 많이 흔들릴 수 있다"며 "대전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게 아니라 열린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 그러나 박 대표에 대한 지지는 확실히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도 "박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상당하다"며 "박 대표가 한번만 오면 판세가 확실히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한 할머니는 "우리 박근혜가 그렇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엔 박근혜 때문이라도 한나라당을 찍어야 겠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주말 퇴원할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가 대전에 지원유세를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정치적 오해로 인한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역전극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박 대표가 한번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