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 임기가 끝나면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소망”이라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5·31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국립 서울병원 재건축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유 장관 명의로 보낸 공개질의서에 각 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현직 장관이 후보자들에게 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선거 개입 아니냐고 발끈했다.

    유 장관은 이날 공개질의서를 통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 서울병원을 현 위치에 재건축하는 방안, 서울시내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각 후보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혐오시설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이전 요구를 받아오고 있는 서울병원의 노후한 시설 등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만약 후보들께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국가 정신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해 서울병원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오는 25일까지 보복부로 통보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측은 “심층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장관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식의 공문을 보낸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 후보 대변인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어떤 의도로 이런 공개 질의서를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지방선거를 대하는 여당의 한 의원으로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보복부 장관의 직무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장관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후보측은 “서울병원 문제는 서울시장의 권한이 아닌데도 공개질의서를 보낸 것은 노림수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전형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선거사상 처음 있는 일로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서울시장 후보에게 떠넘기려는 낮은 정치적 술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문을 보낸 보복부 관련 부서에 전화해 보니 16일이 취임 100일이 되는 유 장관이 직접 지시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며 “답변을 빨리 주기 위해 전문위원들에게 물어보니 이 문제는 구청장 관할이라며 황당해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 퇴임 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싶다던 유 장관의 일간지 인터뷰 내용을 지적한 뒤 “오세훈을 벤치마킹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측은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중요한 정책 사안이라면 편지를 보내 언제까지 알려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책과 업무에 대해 의논하고 협의하자고 하는 것이 맞다”며 “사견처럼 팩스로 보낸 일방적인 편지로 통보하고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오만하고 고압적인 정책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병원의 현대화와 부지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팩스편지를 보내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며 “유 장관은 여의도에 거하지 않으면서도 여의도 뉴스메이커가 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재미는 없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측은 공개질의서를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다면서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에게 그런 것을 보낼 리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확인해 본 뒤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