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의 ‘사진발’은 타고났다. 포토제닉하다. 전국 어디를 가든 아줌마, 아저씨, 학생들이 몰려와 휴대전화로 박근혜의 모습을 찍으며 좋아한다. 한나라당의 인기 불모지인 호남에 가도 마찬가지다. 애수, 연민, 동정심 같은 것. 심리학자 황상민이 “박근혜에게서 소설 ‘토지’에 나오는 서희의 모습을 본다”고 분석한 것은 실감이 난다. 그래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공격도 먹혀 들지 않는다. 그렇게 비판한 사람만 그악스럽게 보인다. 느끼하거나 부패한 이미지가 아니라 조신하고 선한 이미지다. 그러나 박근혜의 인간적 단점은 속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인간미 없는 냉철함’에 질려한다.
그런 박근혜가 지난 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현 정권을 ‘좌파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한 데 대해 속을 보였다. “좌측 깜박이 넣고 우측으로 가겠다고 하니까 더 혼란스럽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면 좌파는 아닌 것 같은데….” 노 대통령의 FTA 추진을 ‘우파로의 전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노 대통령의 FTA 추진 발언을 우회전으로 해석한 것 자체가 틀린 분석이다.
노 정권은 기본적으로 좌측 깜박이를 넣고 깜박이대로 좌회전하거나, 우측 깜박이를 넣었어도 구애받지 않고 원래 가고 싶은 데로 좌회전하는 정권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이 그동안 현실을 깨달아 반미에서 친미로 선회하고, 좌에서 우로 노선을 바꾸는 것으로 착시(錯視)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수·우익세력도 이같은 안이한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은 반노세력으로부터 비판의 예봉을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지지율 상승의 득도 보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FTA가 실제로 타결된 뒤에나 검증할 수 있는 문제다. 타결이 안돼도 손해볼 것이 없다. 좌측 깜박이를 넣고 우회전하는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불안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의 FTA 발언을 ‘우파로의 전향’으로 해석하며 안도하는 보수·우익세력은 순진하다. 박 대표는 ‘포토제닉한 서희’의 눈으로 노 대통령의 시그널을 단순하게 읽으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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