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식이라도 느꼈더라면…”

    2일 치러진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회를 지켜본 한 당원의 말이다. 이날 투표권을 가진 총 2만5000여명(기간당원 1만5000여명, 일반당원 1만여명)의 당원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고작 1207명, 투표율은 4.8%. 앞서 지난 달 25일 치러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투표 참여율 40.61%와 비교할 때, 열린당 당원에게 부여된 공직후보자선출권리가 무색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당초 이날 서울시장 후보자선출 대회의 흥행과 투표율 저조는 후보자 선출대회 시작에 앞서 ‘승부가 이미 난 게임’이라는 평가 많았던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됐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서울시장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만큼은 못 되더라도 30% 정도는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4.8%, 열린당 서울시장 경선에 대한 당원들의 관심은 말 그대로 ‘꽝’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강금실 후보 측은 적잖은 고민에 쌓인 분위기다. 저조한 투표율은 곧 당원들의 관심 저조를 의미하며, 이는 본선에서의 지지층 결집이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갈 길 바쁜’ 강 후보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상대후보인 한나라당의 오세훈 전 의원에 대한 지지층 결집이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강 후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당원들이 ‘야속’(?)할 따름인 모양새로도 비쳐지고 있다. 

    한 당원은 열린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투표율 자체가 너무 낮았다. 어차피 강 후보 지지자분들만 모여서 투표한 상황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당원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다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 낸 힘이 무엇이었느냐. 그 바람은 엄청나지 않았느냐”면서 당원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그러나 당내 관계자들은 저조한 투표율, 즉 당원들의 무관심을 환기시키기에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일정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의견들이다. 강 후보도 후보 확정 수락연설을 통해 “갓 태어난 신생정당에 과반수 의석을 넘게 만들어 준 국민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실망했는지를 진심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당의 오락가락한 당 정체성이 당원들의 이탈을 초래한 만큼 당 정체성에 걸 맞는 모습을 지금이라고 보여야 한다는 것이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가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권행보와 맞물려 있는 만큼 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방선거는 승부가 갈린 상황인데다가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된다’는 당내 의견도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노 대통령의 사학법 재재정 양보 권고도,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지금의 열린우리당 가지고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한 연구원은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관심도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의 당 지지도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열린당 서울시장 경선의 저조한 투표율은 정치권의 도마위에도 올랐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3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지구상에서 실시되는 모든 선거에서 두 번째쯤 낮은 투표 참여율일 것”이라면서 “서울지역 현역 의원이 몇 명인데 4.8%만 참여하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열린당 지지자들이 일찌감치 서울시장 선거를 먼저 포기한 것”이라면서 “열린당의 막가는 선거전략이 예상된다”고 우려감을 내보였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이날 별도 논평을 통해 “정당사상 헌정사상 최악의 투표율로 길이길이 기록될 것”이라면서 “결국 열린당 당원들이 강금실 후보의 바람을 잠재우고 강금실 후보를 외면해 버렸다”고 평가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강한 바람은 순간이요, 거품은 금세 사라진다는 진리를 또 다시 보여줬다”면서 “열린당은 당원들의 정서와도 맞지 않은 강 후보를 두고 또 다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