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캠프 진용이 매머드 급으로 꾸려졌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맹형규 홍준표 박진 박계동 등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경쟁자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점.

    특히 오 후보 입장에서 볼 때 경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의 캠프합류는 의미가 매우크다. 갑작스런 경선참여와 보름간 몰아친 바람으로 1년 이상 준비해온 맹·홍 두 중진 의원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힌 만큼 오 후보 당선에 대한 당내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

    때문에 두 사람의 캠프합류는 이 같은 부담을 덜어내고 민심만이 아닌 당심까지 모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 셈이다. 오 후보 측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만들어 낼 일이었고 두 분의 캠프합류가 모양새가 가장 좋지 않겠느냐"며 "처음부터 당선이 안되더라도 나머지 두 분이 도와주는 모양이 좋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또 '오세훈 바람'으로 경선을 중도하차 한 박진 의원의 캠프합류를 이끌어 낸 점도 오 후보 입장에선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오 후보가 5일쯤 이전할 선거사무실도 박 의원의 지역구인 종로에 차려진다. 후보직을 중도하차 하고 당 경선에서 오 후보를 지지한 박계동 의원과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했던 진영 의원, 지난 총선때 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불리는 윤여준 전 의원까지 합류하며 오 후보의 선거캠프는 최적의 모양새를 갖추고 출범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당심을 보완하기 위한 포석으로 오 후보 입장에선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였지만 이처럼 경선 경쟁자들이 선거캠프에 대거 합류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먼저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이 가장 큰 표면적인 이유로 꼽힌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차기 대권을 위해선 꼭 승리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 맹 전 의원도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제 다음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백의종군의 자세로 남은 모든 힘을 쏟아 붓고자 한다"며 합류이유를 밝혔고 홍 의원 역시 "본선 승리를 위한 당력 결집차원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권탈환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는 반면 당 일각에선 이들의 합류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맹 전 의원은 의원직까지 버렸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형태로 당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맹 전 의원의 '관리형 대표'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홍 의원도 마찬가지. 홍 의원 측은 "이번 선거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며 "홍 의원도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있고 7월 전당대회를 얘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얘기지만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는 열려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 역시 '원내대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지도자'로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박진 의원 역시 정치적 포부가 큰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당내 관측이 높다. 또 7월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진 의원에게도 이번 캠프합류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구 의원인 홍보·미디어 위원장 박찬숙 의원과 대변인을 맡은 나경원 의원 역시 서울의 지역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참여가 지역구 전환을 위해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