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8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구시대적이며 반지성적인 학생운동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대학 총학생회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총학생회가 지성의 산실인 대학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꾸짖었다.

    이 발언을 촉발한 것은 ‘재단이사회 난입 사건’이다.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 등 20여 명은 25일 이 대학 재단이사들의 오찬장에 들이닥쳐 이사회 참관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회의 자료를 빼앗기도 한 학생들은 학교 측이 거부하자 농성에 들어갔고 이사회는 무산됐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한 달 전부터 등록금을 내리라며 본관을 점거해 농성 중이다. 학교행정이 장기간 차질을 빚고 이번 사건까지 겹치자 학교 측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폭력과 불법을 엄하게 다루려는 움직임은 다른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는 최근 교수를 감금한 학생들에게 ‘출교(黜校) 조치’를 내렸다. 동덕여대는 총학생회가 선거인 명부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총학생회 불(不)인정’을 선언했다.

    세 학교만 봐도 학생운동의 반지성적 행태와 타락상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불법 침입, 감금, 부정선거 등은 학교 울타리 밖에서 일어났다면 하나같이 무겁게 처벌받을 범죄행위다. 교수 감금은 형법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투표하지도 않은 학생 87명이 투표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선진국을 바라보는 나라의 대학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학생들은 부끄러움도 모르는가.

    민주화된 세상에서 대학사회가 1980년대 식의 극한투쟁 방식에 갇혀 ‘무법천지’로 남아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대학이 운동권의 눈치를 보며 이들의 일탈(逸脫)에 눈감고 있을 때는 지났다. 순수한 학생활동은 장려하되 폭력과 불법은 용납하지 않는 대학이 늘어나야 한다. 대다수의 지성적 학생도 비뚤어진 학생운동을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