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7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뉴라이트 운동의 이념 체계화를 위한 뉴라이트재단이 어제 발족했다. 2004년 말 시작된 뉴라이트 운동은 그동안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드는 세력에 대응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바른 인식도 확산시켰다.

    그러나 좌파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가 사회적 담론 구조를 뛰어넘어 균형 있고 합리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려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결집된 힘과 노력으로 뉴라이트 이념의 선명성 구체성을 부각시키면서 호소력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재단의 출범은 뉴라이트가 대중운동으로 자리 잡는 데 필수적이고 바람직한 진전이다.

    재단은 스스로를 ‘집권세력과 마찬가지로 민주화운동에 뿌리를 두면서도 집권세력의 사상적 오진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자유주의 개혁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과거 보수세력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를 단호히 배격한다. 재단은 이런 차별성과 우월성을 이념과 정책을 통해 보여 줘야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야말로 21세기의 참다운 시대정신이라는 국민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재단이 ‘우리는 사상단체’라고 천명한 것은 정치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는 현실적인 방향 설정이다. 재단이 한국 근현대사를 재정립하는 일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이사장에 선임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거짓’을 앞세우고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거짓이란 한국 근현대사를 제국주의 침략과 민족독립운동의 이분법 구도로 보는 현 정권의 역사관이다. 정부가 부분에 불과한 ‘침략과 저항’을 역사의 전모로 여기고 나라를 이끌면 ‘우리끼리’를 강조하다 인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북한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안 이사장은 우려한다.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관에 대한 일침이다.

    재단은 연구소를 만들고 계간 ‘시대정신’을 재창간해 국민 교육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왜곡된 좌파적 역사관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국민 앞에 실제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바로잡을 수 있다. 다른 보수세력도 치열한 자기 갱신 노력과 함께 뉴라이트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가치 붕괴를 구경만 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