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출교(黜校)'라는 가장 강력한 징계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학생들의 찬반논란이 뜨겁다. 운동권 학생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내려진 초강경 조치라는 점에서 그 파장에 고려대는 물론, 대학가의 관심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고려대는 19일 병설 보건대학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을 요구하며 지난 5일 보직교수 7명을 17시간동안 학교 본관 건물에 억류했던 학생 7명에게 재입학이 불가능한 퇴학 조치인 출교조치를 내렸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유기정학 한달, 그리고 7명에게는 견책 일주일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

    징계 결정이 알려지자 고려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출교는 지나친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사제간 도를 넘어선 학생들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는 측이 열띤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다수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잘못에 상응하는 적절한 징계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학생들은 200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강 저지와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명예박사 학위 수여 저지 등에서 빚어진 학생들의 물리력 행사 등을 떠올리며 '더이상 학생의 본분을 넘어선 과격 시위는 학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건희 명예박사 수여 때도 물리력 행사…반성모른다, 징계정당"

    아이디가 'client'인 교내 한 게임클럽 회장이라는 학생은 "징계문제와 관련, 클럽 내의 의견을 모아 찬성의 목소리를 낸다"며 "교수 억류라는 수단은 이유를 막론하고 비판받을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게임에 비유하며 "매너없는 플레이는 배제되어야 하고,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전개되어야 한다"며 "학교 측이 내린 이번 중징계 결정은, 비매너 플레이로 일관한 일부 비매너 유저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dorothy2'는 "이번에 출교 조치된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 관련 시위, 올해 초 입학처 점거사건, 그리고 이번 사건 가운데 최소 두가지 사건을 주동했었다"며 "학교측은 이미 수차례 징계를 내리지 않고 용서해주었지만, 마지막 소명기회에서조차 끝까지 '정당하다'고 강변함으로써 징계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kw81'는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며 학교측의 조치에 찬성했다.

    반면 'ravic'는 "사태의 진실과 상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무조건 폭력의 부당성만 얘기하고 있다"며 "학교측이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인해 권위적으로 처벌만을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jys4512'는 "그들이 고려대 역사상 최악의 행위를 했느냐"며 (징계결정을 내린) 당신들은 스승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강한 반박을 담은 답글이 줄을 이었다.

    운동권 학생회 비판 "후회하고 또 뽑고…"
    "취업난
    가중되는데…학생회는 과거 운동권 방식 흉내내면서 착각"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띄었다. 졸업생이라고 밝힌 '9832047'는 "이전의 운동권이 존재하던 방식을 흉내내면서 자신들이 예전의 4.19 정신과 같은 거룩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줄 착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코웃음이 나온다"며 "사회는 날로 변해 가고 있고, 수년간 계속되는 불황 속에 취업난은 가중되는 현실 속에 학생들을 대변한다는 학생회가 과거의 운동권의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악습만 이용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는 "운동권이 지금도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며 "이제 운동권 출신들이 대학의 간부 자리를 독식하는 문화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prince'는 "매년 운동권 총학을 뽑아놓고 후회하는 고려대"라며 "진짜 폭력없는 학교에서 살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21일로 알려진 총학의 징계반대 집회에 대해서도 "견책 징계를 받아서 7일동안 학내 활동을 못하는데도 교칙을 무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