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낙마 시킨 골프 논란이 10일 국회 대정부질문 현장에서 또 벌어졌다. 대상은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열린우리당 당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서울 구치소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질타하던 중 지난 2월 24일 천 장관의 제주도 순시 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천 장관이 24일 일정을 마쳤는데도 그날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다음날인 25일 오후에야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나 의원은 “제주도 순시 일정을 마치고 골프를 쳤다는 풍문이 있다”며 “일정을 마친 후 바로 귀경했느냐”고 천 장관을 추궁했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이 전 총리가 사퇴한 직후 또다시 장관이 민감한 시기에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천 장관은 즉각 반발했고 둘 사이에는 설전이 벌어졌다.

    천 장관은 “24일이 금요일이었고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토요일에야 귀경했다”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 의원은 “골프를 쳤다는 풍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장관직에서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공격했고 천 장관은 즉각 “내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나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겠느냐”고 응수했다.

    나 의원은 “바로 귀경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천 장관이 골프를 쳤다는 말이 있어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민이 갖는 의혹에 대해 묻는 것인데 의원보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 바른 답변태도냐”고 핏대를 세웠다.

    천 장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서울구치소 여자 재소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지만 모든 일을 다 버리고 성추행 사건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제주도가 섬이라는 특성상 늦게까지 일하고 다음 날 귀경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답변 취지를 알겠다”는 나 의원의 제지에도 “답변을 안 듣고 어떻게 취지를 아느냐. 휴일에 제주도에 있는 것과 집이 있는 안산, 서울에 있는 것이 성추행 사건을 해결하는 데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나 의원은 “바로 그런 자세가 참여정부의 자세다. 그러니 이 전 총리가 불난리와 물난리 때 골프를 친 것 아니냐”고 비판 한 뒤 “3월 9일 여자 재소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은 왜 대독 시켰느냐”고 따졌다. 그는 “중요한 사건이고 장관 명의로 된 것인 만큼 장관이 직접 나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천 장관은 그동안 인권을 강조해 왔다. 사과의 마음이 깊다면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천 장관은 “공식 직함을 가진 공무원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내용을 봐야 한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