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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동기생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FTA 추진'과 관련,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386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정씨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정권 핵심부에 대한 폭로성 주장을 펴고 있어 청와대와 여권이 뒤숭숭하다.
정씨는 'L의원은 삼성과 착 달라붙어있다' '386들은 전문성이 없다' '삼성이 재정경제부안을 만들어줬다' '(재경부)국장쯤 되면 삼성맨이 많고, 2차는 삼성이 계산한다'는 등 발언을 여러 매체를 통해 서슴없이 내뱉고 다니고 있다. 청와대는 정씨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정씨는 6일 한 좌익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FTA를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이 FTA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청와대가 재경부에 둘러싸여 있고, 재경부는 삼성로비에 놀아나는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L의원이 재경부, 삼성과 착 달라붙어서 그런 분위기를 주도했다"며 "대통령 최측근이 그런 짓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의 L의원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밖에 없다.
그는 L의원의 '외부쇼크를 통한 내부개혁'이라는 주장을 들며 "미친놈들"이라고 표현했다.
정씨는 이어 "이동걸 전 금감위 부위원장은 삼성생명을 건드렸다가 옷 벗었다"며 "이정우 전 청와대정책실장과 (자신이) 도저히 막을 수 없었고, 이런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서 올라온다"고 까발렸다. 그는 386들의 로비 이유를 "그 친구들은 자기논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노 대통령과의 '맞짱'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이정우 전 정책실장,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장관, 문성근, 안희정과 함께 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한 뒤, "대통령이 (FTA를) 자꾸 비판하는 글만 쓰지 말고 차라리 마지노선을 만들어서 주면 내가 그건 지켜주겠다고 했다"며 "FTA문제를 참여연대 K씨하고 (마지노선을) 논의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FTA때문에 정동영 의장은 대통령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정 의장측에)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정씨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연정을 주장할때부터 뭔가 남겨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FTA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농간을 부린 것 같다"며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개방론과 외교부의 친미주의가 결합한 것이 FTA"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요청으로 FTA협상이 시작됐다는 김종훈 한미FTA 수석부대표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정씨의 입에 오른 청와대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대응할 가치 없다'는 반응이지만, 청와대와 여권 386의원들의 속내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정씨를 자기 생각을 기필코 어떤 식으로든 말해야하는 '원래 그런 사람'으로 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당 386의원들도 직접 대응은 못하고 있지만, 기분나쁘다는 분위기다.
정씨는 유시민 장관과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 동기로, 지난 2002년 대선당시 노무현 캠프의 자문그룹으로 활동한 탓에 청와대에서 일을 해보게 됐다. 그는 반미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행담도 사건'으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