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논객 ‘베리타스’는 데안토에 올린 칼럼에서 ‘강금실 서울시장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보수논객 ‘무궁화사랑’은 ‘싸이코 보라색’이라는 칼럼을 통해 강금실 후보의 보라색 선호를 갖고 참여정부와 강금실 후보를 공격했다.

    정리해보면 두 사람 모두 강금실 후보를 얕잡아 보고 있는 셈이다. 베리타스는 강금실 후보(이하 강씨)가 컨텐츠가 없다고 지적한다. 무궁화사랑은 ‘결코 미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보라색 옷을 입고 나와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미인으로 착각하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제대로 한 것 없는 열린우리당 측이 강씨를 내세워 이미지 전술로 승리하려 한다는 이야기이다.

    강금실은 강적이다

    무궁화사랑은 강씨를 ‘미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했지만 내가 볼 때 강씨는 미인이다. 그리고 강씨를 미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보다 미인이라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마 무궁화사랑은 강씨와 열린우리당 측의 ‘보랏빛 혼란공작’에 빠진 탓이라고 하겠지만 미인을 미인이라 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그리고 베리타스는 ‘강씨는 컨텐츠가 없다’라고 공격한다. 한마디로 두 사람 모두 강씨는 별 다른 가진 것 없이 모양새만 가지고 승부한다고 비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그렇지 않다. 강씨가 컨텐츠가 없다는 것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한나라당의 컨텐츠 부족을 고민하는 것이 더 급하다. 또한 강씨의 ‘보랏빛 혼란공작’을 꼬집기에 앞서 유권자들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본다.

    강씨가 가진 것은 이미지 밖에 없다고 보수사회에서는 비난하고, 다른 한편으로 강씨와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을 한데 엮어 놓으려고 시도중이다. 그렇지만 내가 볼 때 이는 바람직한 대응전술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레이건과 카터의 대결에서 배워야

    지난 1980년 미 대통령선거에서 카터는 레이건에게 패배했다. 레이건의 공격 전술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레이건은 카터란 인간 자체를 공격하지 않고 카터가 한 일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카터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적어도 인격적인 면으로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인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래서 레이건은 카터라는 인물을 정면공격하는 대신 그가 한 일을 집중공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레이건은 본인이 직접 나서서 카터의 일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을 내세워 공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 한 가지 레이건의 선거전술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카터의 공격에 대한 반박을 ‘인간적인 호소’로 반격함으로서 공격의 신뢰도를 약화시켰다. 여기서 카터가 범한 실수는 레이건을 공격하는데 급급하느라 정작 ‘왜 카터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다. 지금 한나라당 후보들이 할 일은 강금실 후보의 이미지를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와 겹쳐 놓는 것도 아니고, 강금실 후보의 이미지와 열린우리당의 이미지를 겹쳐 놓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강금실 후보의 머리가 깡통이라고 비웃거나(컨텐츠가 없다), 보라색 옷 자랑만 할 줄 아는 못 생긴 여자(?)라고 비웃는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강금실 후보가 했던 일을 비판하라

    지금 한나라당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강금실 후보가 했던 일들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것도 레이건의 사례처럼 대리인이 나서게 하면 더 좋다. 냉철하게 근거를 들어서 강금실 후보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서울시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난 뒤 ‘왜 맹형규여야 하는가’, 혹은 ‘왜 홍준표여야 하는가’, 왜 ‘박진이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유권자들에게 줘야 한다.

    정리하면 강씨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는 강적이다. 강씨가 컨텐츠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강씨의 컨텐츠를 찾아내지 못했거나 아니면 열린우리당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강씨의 컨텐츠를 무시하는 것이다. 강씨의 보라색 옷차림이 문제라면 1월 21일 사학법 반대집회에서 보라색 상의를 입고 나선 박근혜 대표는 왜 문제가 아닌가.

    강씨는 섹시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들은 강씨에 비해 섹시함이 덜하다. 대중은 섹시한 후보를 선택한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