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했다. 이날 공연에는 이례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YS)도 관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초록빛 정장과 자줏빛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든 채 차에서 내린 박 대표는 기다리고 있던 허태열 사무총장, 정인봉 인권위원장, 홍준표, 이군현, 문희, 박순자 권영세 의원을 비롯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는 VIP룸으로 향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 등과 먼저 도착해 있던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가 선 채로 “건강은 어떠시냐”고 안부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자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웃음으로 화답했다. 박 대표는 또 황 비서와도 인사를 나눴다.

    박 대표는 공연장으로 향하면서 뮤지컬을 총 지휘한 정성산 감독과 담소를 나누면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공연을 잘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바람직한 일”이라며 “공연에 참여한 모두가 최선을 다하셨다. 이런 뮤지컬을 외국에 가서도 공연해 북한인권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한국보다 더 높은 것 같다”며 “남북 교류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과 인권 개선을 이루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감독은 “(이 공연은)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었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다행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일반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참회하더라”며 “북한 인권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김정일과 맞짱 뜨겠습니다”고 답해 박 대표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함경남도 요덕군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인권실상을 알리고자 했던 이 공연은 실감난 묘사와 탄탄한 구성으로 3시간에 가까운 공연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1부가 끝난 뒤 정 감독에게 “이북이 어떤 곳인지 잘 알 수 있는 공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가 없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참혹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사는 데”라고 적대감을 내비쳤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공연 관계자 및 의원들과 다과회를 가진 박 대표는 “사람들이 가슴으로 울면서 봤다고 하더라”며 “정 감독의 정성이 북 인권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 감독을 치하했다. 이 자리에서 문희 의원은 “공연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젊은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공연관계자 중 한 스텝이 “정치적인 면을 떠나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북한 인권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많은 추천 부탁한다”고 하자 박 대표는 “기회가 되면 이야기 하겠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정 감독은 “북한 정권을 종식시켜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며 “이 뮤지컬이 끝나면 무대제약이 있으므로 영화로 만들겠다. 수용소가 철거 될 때까지 북한인권의 실상을 열심히 알리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먼저 올라선 박 대표는 배우들과 악수를 하고 아역 배우들을 일일이 안아 준 후 “‘요덕을 잊지 마시고 아버지가 뜻하는 바가 이루어 지길 바란다’는 극중 대사는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권개선을 하는 데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며 “우리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노력해서 북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게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표에 이어 무대에 오른 김 전 대통령도 배우들과 악수를 나눈 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인권없는 나라”라고 전제한 뒤 “김정일이가 있는 한 한반도에 참된 평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김 전 대통령을 따라 무대에 오른 황 전 비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과 북은 한날 한시에 해방됐으나 보시는 바와 같이 모든 상황이 하늘과 땅 차이”라며 “우리는 북 동포를 잊지 말고 반드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연에는 한나라당의 박계동 김기춘 송영선 최구식 의원과 유정복 비서실장 및 안상수 인천광역시장 등이 참석했다. 뒤늦게 도착한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2부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