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하겠다며 ‘천막정신 초심 되살리기’를 통해 공천잡음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하려고 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당에서 하나 둘 불거지는 ‘공천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표는 공천잡음에 대해 수차례 ‘경고성 발언’을 하면서 당의 사활을 지방선거에 걸었지만 공천관련 금품수수설이 제기되는 등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어 공천관련 잡음이 조기에 차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이 내부단속을 하고 있으나 ‘단속의 미숙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이 22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한 기사식당에서 열린 박 대표와 택시업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불거져 나왔다. 특히 박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한 만남이 열린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기사식당 앞에 기자가 도착했을 때는 50여명의 송파구 지역주민들이 ‘전략공천 결사반대, 외부 인사 영입반대’, ‘낙하산에 울고 있는 송파, 박계동은 망언을 중지하고 물러나라’ 등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식당 입구에 모여 서있었다. 그동안 ‘전략공천’을 강조하며 외부인사 영입을 주장해온 이 지역 출신(송파 을)인 박계동 의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박 대표가 택시기사들과 만난 뒤 자리를 뜨자 피켓을 들고 식당밖에 서있던 송파구 당원들은 “박계동 물러가라”를 연신 외쳐댔다. 그러자 일부 택시기사들은 “남의 잔치에 와서 왜 재를 뿌리느냐”며 불쾌한 듯 전략공천반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이 일대는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X새끼” 등의 욕설이 난무했으며 박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박 의원은 “지구당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 하자. 대화를 지구당에 가서 해야지 여기서 이러면 되느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전략공천 반대자들을 다독이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반대자들은 피켓을 들고 박 의원을 향해 돌진하면서 보좌진들과 당원들 간에 몸싸움이 오고 가기도 했다.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는 박 의원의 말에 송파구의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자(54)는 “오해는 무슨 오해냐. 우리지역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 이 지역 사람이 공천받겠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구청장은 이 지역에서 나온 후보 10명 중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되어야 한다. 여성 전략공천후보 나오면 백전백패”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오금동 부녀회에서 나왔다는 한 여성은 “이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지역을 위해 힘쓴 사람이 구청장이 되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일한 사람이 10명이나 있는데 그 사람들 다 놔두고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성후보라고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이 분개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민생달래기용 행사에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된 문제점이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깨끗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려는 한나라당의 의도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모든 권한을 지역에 위임한 채 중앙당에서는 "문제가 있을 때에는 엄중 대처하겠다"는 엄포 외엔 아무런 대처가 없는 ‘나몰라라’ 식의 공천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치 역사의 한 획을 긋겠다고 외치며 ‘개혁공천’을 주장하기에 앞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공천관련 잡음을 체계적으로 단속하는 방안을 먼저 강구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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