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서울시장을 둘러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은 여야 할 것 없이 2008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위해선 꼭 가져와야 하는 자리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유력한 대권후보인 이 시장을 대선까지 상처없이 데려가기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다면 청계천 복원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 시장의 대권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열린당이 그토록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영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점도 이 때문.
서울은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의 강세가 뚜렷하다. 노무현 정권의 수도이전 추진에 이은 수도분할에 대한 서울시민의 반감이 크기 때문. 이번 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나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출사표를 던진 한나라당 후보들의 경쟁력이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가장 큰 고민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한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강 전 장관과의 가상대결에서 확실하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에서 뒤처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이 때문에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서울시장의 외부인사 영입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의 외부인사 영입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인재영입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김형오 의원이 위원장직을 사퇴한 이후 단 한번의 회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고 위원장 역시 공석으로 남아있다. 인재영입위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퇴 이후 단 한차례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인재영입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를 위한 인재영입은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당 차원의 인재영입 활동은 종료됐다는 것이다. 당직자들 역시 외부인사의 영입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영입가능성엔 고개를 젓고있다. 때문에 박 대표와 이 시장의 고민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이 가장 다급한 상황이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후보등록을 한 박계동 의원이 계속 외부영입을 주장하는 것도 박 의원 개인의 주장이 아닌 이 시장 측의 입장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시장 측에서 몇몇 인사를 박 대표 측에 추천했지만 박 대표 측에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 영입이 안됐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 측은 이런 박 대표 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적잖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 일각에선 박 대표가 서울시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도 했다.
현 상황에서 외부영입이 이뤄지기 위해선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인재영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두 대권후보의 정치적인 이해득실 때문이란 관측이 높다.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서울을 둘러싼 두 사람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는 호남 충청 등 취약지역에서 이 시장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 시장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에서 어느 정도 세규합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때문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서울시장에 앉히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박 대표가 외부인사 영입에 미온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는 맹 전 의원이 의원직까지 던지며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외부인사 영입얘기를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맹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박 대표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당내 경선 일정도 4월 말로 변경했고 전국 시도 지역 중 가장 마지막에 경선을 실시할 방침이다. 서울시장에 대한 당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외부영입은 불투명하고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땅한 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대권 후보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