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일자에 실린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일본 자민당 공무원개혁팀이 며칠 전 집세가 비싼 도쿄 도심에 있는 2만2000채의 공무원 주택을 앞으로 5년간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 아래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하루 30분씩 인정해주던 공무원의 ‘유급휴식’ 제도도 7월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65만명인 국가공무원 숫자를 앞으로 5년간 5% 감축하고 GDP에서 공무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현재 1.7%)을 10년 안에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큰 그림 아래 추진되는 일들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 정반대인가. 이 정부 들어 작년까지 늘어난 공무원이 2만2000명이다. 정부는 올해도 1만5900명을 늘리기로 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한번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있다. 경찰관 승진 연한을 단축시킨 경찰공무원법 개정으로는 5년간 3000억원이 더 든다고 한다. 한동안은 이 법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장담하더니 이제 와서는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이참에 소방공무원들 승진 연한까지 단축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국민 돈을 세금이란 갈퀴로 긁어내 정권이 생색을 내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공무원의 공제연금을 일반 회사원 상대의 후생연금과 합칠 계획이다. 지금 일본 공무원은 일반 월급쟁이보다 20%가량 연금을 더 받는다. 이 격차를 없앤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반대다. 일반국민이 국민연금에 20년 가입하면 평생 월 평균소득의 30%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은 마지막 3년간 받은 평균 보수의 50%를 받는다. ‘평생 월 평균소득’과 ‘마지막 3년간 받은 평균 보수’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말할 것도 없다. 공무원이 이런 특권을 누리는 탓에 작년만 공무원연금 적자가 7300억원 났다. 이걸 국민 세금으로 메워 나가고 있다. 개혁이란 단어를 전세라도 낸 듯한 이 정권의 누구 하나 빈말이나마 이걸 개혁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공무원이 주무르던 일을 민간에 넘겨주는 걸 일본에선 ‘관업해방’이라고 한다. 일본의 현 정권은 수십 년 개혁과제이던 우정공사의 관업해방을 밀어붙였다. 이로 해서 우정공사 직원 26만명 가운데 30% 이상이 옷을 벗는다. 정부가 작으면 국민 세금도 줄 뿐 아니라 민간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줄어든다. 그러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가 생기고 넉넉해진 재정으로는 사회 안전망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치를 외면하고 염치없이 공무원 숫자만 늘려가면서 양극화 해소를 들먹이는 이 정권의 구호에 그래서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