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8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 게 학교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는 자리에서였다. 노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대학과는 달리 ‘강력한 힘을 가진 선생님 집단’이 저항한다고 지적했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바로 그런 집단일 것이다.

    교육시장 개방은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에 포함됐지만 전교조가 가장 완강하게 반대해 왔다. 전교조는 또 지난해 9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개방 계획안이 나오자마자 ‘반대투쟁’을 선포했다.

    교사집단이 막무가내로 사회 변화에 강력히 저항할 수 있는 힘의 일부는 바로 참여정부의 ‘교육 코드’에서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평준화제도를 고집하는 교육정책은 전교조의 교육관과 일치한다. 지난해 수월성(秀越性)교육을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20개 정도로 늘리겠다던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불과 며칠 만에 말을 뒤집었다. 노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거론한 직후다.

    전교조가 반(反)시장·반(反)세계화 등 시대착오적 수업에 앞장설 때도 정부는 관리감독을 사실상 포기했다. 전교조 출신들을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과 그 밑의 행정관에 앉힌 것도 코드가 일치했기 때문이 아닌가.

    노 대통령이 교육개방을 통한 교육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내부적 ‘교육개방’ 없이 외국 학교들만 덜렁 받아들인다고 해서 교육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선진국들처럼 학교평가와 교사평가를 강화하고, 교육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학력 증진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무한 교육경쟁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노조 편향적 노사정책이 노조의 강경투쟁을 부추겼다면 전교조 편향적 교육정책은 우리 교육을 하향 평둔화(平鈍化)로 내몰아 왔다. 노 대통령과 교육 당국은 ‘사회 변화에 저항하는 교사들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이런 교사들을 온존케 하는 정책 코드도 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