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계보에게 진 것이다. 박근혜 대표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이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에게 패한 뒤 한 말이다.

    김무성-이재오 두 사람이 대결했던 지난 원내대표 경선이 사실상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후보간의 세경쟁이었고 그 싸움에서 박 대표가 밀렸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원내대표 경선 이후 당내에선 '이명박 쪽으로 당이 급격히 쏠리는 분위기'라는 목소리가 적잖이 나왔던 것도 사실.

    때문인지 최근 박 대표의 행보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박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이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이젠 박 대표도 변화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박 대표의 스킨십 확대. 최근 박 대표가 소속 의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갖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행보가 처음은 아니다. 대표 당선 된 이후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박 대표는 지난 2004년 11월에도 당직자들과 취재기자들에게 자택을 공개하고 당직자들과 접촉을 자주 갖는 등 이미 보폭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박 대표는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의 대권후보 선호도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었고 명실상부한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이 시장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 4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표(17.6%)는 이 시장(28.5%)에게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뒤쳐졌다. 
     
    때문에 최근 박 대표의 보폭 넓히기는 2004년 말의 행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 당 관계자 역시 "예전의 박 대표 행보와 현 상황에서의 박 대표 행보는 성격이 다르다. 전세가 이 시장에게 역전된 상황에서 이젠 박 대표도 좀더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최근 달라지는 박 대표의 행보에 대해 박 대표 측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사학법 투쟁과 각종 당내 토론회 등으로 일정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예전에 비해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의원들과 만찬 횟수)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친박성향 의원들에 한정됐던 박 대표의 스킨십 범위가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당내에선 '박근혜 대표가 여의도 근처에 사무실을 차렸다' '대선팀이 꾸려졌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 당의 고위관계자는 "박 대표 측에서 대선을 준비한 팀을 구성했다. 명단까지 다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의도에 연구소를 만들고 그 연구소를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도 했다. 또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의 여의도 사무실에 박근혜 지지 의원들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관계자는 "지금 박근혜 대표를 도와주겠다는 의원이 몇이나 있느냐. 친박성향 의원들은 있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몸을 던져 도와줄 수 있는 의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박 대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대표가 의원들 만나 식사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대표 스스로가 계보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만큼 소속 의원들과의 식사를 대권행보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또 '대선캠프가 꾸려졌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박 대표 측 손사래를 쳤다. 박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렸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그러면서 "대표 임기 끝날 무렵이라면 가능할 지 모르나 지금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당을 수습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 측의 부인에도 다수의 당 관계자들은 "박 대표 측이 움직일 시간이 됐다"고 말하면서 당내 퍼지고 있는 소문이 사실일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대표 임기가 끝나는 7월 부터 대권행보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박 대표의 대선캠프 가동여부를 떠나 박 대표의 대표 임기만료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이 시장의 대권행보가 점차 빨라지면서 박 대표 측과 일부 친박성향 의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