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 신문지를 활용한, 소박하지만 큰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 관련 잡지가 창간을 준비 중이다. 


    1996년부터 사재를 털어가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한 문국한(54)씨가 4월 창간을 목표로 월간지 ‘좋은 이웃’을 만들고 있다. 지난 1일 창간준비호가 나왔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 크기만한 작은 이 잡지의 종이는 다름아닌 폐 신문지. 그래서 좋은 이웃의 지면은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이미 인쇄가 끝난 신문지에 인쇄를 하기 때문에 글씨를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고 중간중간에 풀로 ‘엉성하게’ 붙여놓은 사진들을 보면 ‘왜 잡지를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잡지는 지난 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의 ‘연방제 적화음모 저지 국민대회’ 때 처음 선을 보였다. 이날 문씨는 종이 박스를 주워다 만든 간이 테이블에서 ‘좋은 이웃’ 을 판매하고 있었다. 

    뉴데일리는 3일 문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이웃’을 만들게 된 경위를 들어봤다. 

    <다음은 문씨와의 일문 일답>

    -잡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신문지를 재활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만 1년에 1억권 정도의 책이 출판되고 그중 많은 수의 책이 파지가 되어 버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폐지 신세가 탈북자들의 신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탈북자 문제는 언론에 한두번 노출될때만 관심을 받고 곧 잊혀진다.  탈북자 신세나 폐지가 되어 잊혀지는 책이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인쇄 용지를 폐신문지로 하게 됐다.  

    두번째로 제작비 문제가 있다. 잡지를 매달 발간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더라. ‘좋은 이웃’의 판매 가격은 2000원이다. 폐지를 이용하면 한부당 200원이면 만들 수 있지만 일반 종이를 사용하면 한 부당 2000원이 훌쩍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폐지를 사용하게 됐다. 

    인쇄도 단색만 나오는 마스터인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 관련 사진들은 옵셋인쇄기(천연색 인쇄 가능)를 이용할 계획이다.

    -잡지 중간중간의 사진들은 일일이 손으로 붙였다

    ▲나와 아내, 자원봉사자 세명이서 일일이 풀칠을 해서 초판 3000부를 만들었다. 한부 완성하는데 10분 정도 걸린다. 일반 글씨는 폐지 위에 인쇄를 해도 알아보기 쉬운데 사진 같은 경우는 알아보기 힘들어 따로 인쇄를 해 일일이 붙이고 있다.

    -언제부터 잡지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됐나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었고 본격적인 준비는 지난해 12월부터 했다.

    - 어떤 계기로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에 나서게 됐나

    ▲1994년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을 해왔다. 그러다 1996년 한 탈북자를 만나면서 인생이 변했다. 그래서 벌이던 사업을 좀 미루고 조금만 돕겠다 마음 먹은 것이 여기까지 왔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하던 아내도 같이 일하고 있다.

    -지난 1일 거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잡지를 본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

    ▲어떤 분들은 2만원, 어떤 분들은 10만원씩도 주고 잡지를 가져가셨다. 성금을 받자고 한 일은 아닌데 그렇게 돈을 주고 가시더라. 날이 추운데 서 있다고 안쓰러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을 보여 주겠다며 몇부씩 사간 분들도 있었다. 나중에 전화로 격려를 해준 분들도 있었다. 아주 작은 잡지고 우습기도 한 잡지인데 격려가 많았다. 성금도 감사하지만 이 잡지를 꾸준히 봐 주시는 독자가 늘었으면 좋겠다.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나고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외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8000여명이나 된다. 북한에 가서 정보를 얻기 전에 이들을 통해 북한 정보를 얻으면 된다. 원래 북한은 정보를 내놓는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탈북자와의 대화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북한 주민의 아픔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답이 다 나오는데 그런 노력을 안한다. 대화 자체가 없다.

    정부가 너무 추상적으로 일 처리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학자들의 탁상공론은 비현실적이다. 탈북자들의 아픔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나 정부는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어떤 내용으로 잡지를 만들 생각인가

    ▲한국 땅의 소외된 이웃들, 특히 탈북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이웃었는지 질문을 던져볼 생각이다. 

    창간준비호는 준비 기간이 짧아서 기존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얻은 내용으로 지면을 채웠다. 하지만 1년 정도는 지면을 채울 우리만의 자료와 사진, 기사거리가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은 안한다.

    문국한씨 약력
    1952년 충북 청주 출생

    1994년부터 중국에서 문구류 무역 사업

    1996년 한 탈북자를 만난 후 북한인권 운동에 나섬 

    1999년 중국에서 탈북자 장길수씨 가족과 함께 은신처 생활

    2003년 중국 공안에 의해 추방

    2004년 북한인권국제연대 한국대표(참가국: 한국·미국·일본 ·캐나다), 노예해방국제연대 한국대표(참가국: 한국·미국)

    -한때는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놓지 못했다고 하던데

    ▲얼굴이 알려지면 중국 공안에 체포가 되기 때문이다. 2003년 중국에서 추방이 돼 이제 그럴 일은 없다.

    -잡지 판매 수익금은 어떻게 쓸 예정인가

    ▲탈북자 구명운동, 중국에 수감중인 북한인권운동가 지원, 탈북자 모임방 운영비로 쓸 예정이다. 또 각종 북한 관련 홍보비로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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