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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장에 들어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특히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박 대표의 표정에선 짜증스러움까지 묻어났다.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의총장에 들어서는 박 대표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으며 긴 한숨까지 내쉬며 회의장에 입장했다. 갑작스레 터진 소속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박 대표는 27일과 28일 이틀동안 수차례의 대책회의와 '대국민 사과' '여성단체의 항의 방문'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때문인지 이날 의총장에 들어서는 박 대표의 심신은 많이 지친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된 이유는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대정부 질문에서 당 소속 홍준표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것. 그러나 이런 이유로 소집된 의원총회가 박 대표에겐 피곤함만 가중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이 총리의 고압적인 답변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소속 의원 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또 마땅히 이 총리에게 사과를 받아낼 방법도 없는 터라 긴급 의총을 소집해 놓고도 한나라당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오히려 참석한 의원들의 표정과 행동에선 '피곤하다' '귀찮다'라는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회의 중간에 의총장을 빠져나온 한 초선 의원에게 취재진이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라고 묻자 이 의원은 귀찮다는 듯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요"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박 대표 역시 마찬가지. 30여분간 긴급 의원총회가 소집됐지만 마땅한 결론도출을 내리지도 못하자 박 대표는 중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지만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도 없었다. 원내사령탑인 이재오 원내대표 마저 자리에 앉아 자신을 둘러싼 몇몇 의원들과 담소만을 나눴다. 소속 의원들도 회의장 주변에 뿔뿔이 흩어져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전화통화를 하고 몇몇 친분이 있는 의원들끼리 담소를 나눌 뿐 긴급 의총장 어디에서도 이 총리의 답변태도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 여성 의원은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나"라며 개인일정을 이유로 중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모 재선 의원은 의총이 끝날 무렵에서야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30여분간의 시간이 흐른 뒤 회의장을 빠져나와 다시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회의 결론이 무엇이냐' '이 총리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의원들의 대답은 "모르겠어요" "안에 있는 다른 의원한테 물어보세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당의 직책을 맡고 있는 의원들에게 다시 회의결과에 대해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당직자들도 "이해찬 총리가 얄밉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해임건의안을 내도 부결될 테고 이 총리가 사과를 할 사람도 아니고…"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박 대표와 측근들은 최근 한동안 쉬던 대학강연을 재가동시키고 7일 일본방문을 통해 대외활동을 재개하는 등 침체돼 있는 지지율 반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자 성추행'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언론사와의 간담회를 겸한 만찬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준비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잇따라 터지는 소속 의원들의 실수로 인해 박 대표는 그 어느 때 보다 속을 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