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7회 3.1절을 맞은 1일, 보수단체들의 연합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운영위원장 김현욱, 이하 국민협의회)가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각각 ‘연방제 적화음모 저지 국민대회(국민행동본부)’, ‘3.1절 기념 북한 해방 시민 걷기대회(국민협의회)’를 개최하고 ‘여전히 광복을 맞지 못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국민협의회는 기존 대중집회 형식의 기념식을 탈피,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걷기대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그간 진행된 보수 집회는 장노년층 중심의 성토대회로 진행돼 젊은이들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국민협의회의 시도는 보수단체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호응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국민협의회 소속 회원 4000여명(경찰추산)은 오전 10시 장충동 국립극장 앞에 집결한 후 남산순환도로 3.1km를 걷는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태극기를 형상화 한 옷을 입고 걷기에 나서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걷기대회에 앞서 국민협의회 김현욱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오늘 대한민국의 정기가 서린 남산에서 새로운 결단을 하자”며 “북한은 여전히 참된 해방을 맞지 못했다.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해방이 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의 친북 좌파들은 마음을 고쳐먹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 번영을 지켜달라”며 “보수우익들은 다가오는 5.31 지방 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절대로 승리해야 한다. 더 이상 실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걷기대회에는 2004년 미국 북한인권법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미국 허드슨 연구소 마이클 호로위츠 선임연구원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미국이 실시해온 북한 인권 개선에 관한 여러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고 평가하며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다. 따라서 재미한인교포들이 북한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미국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걷기대회에는 이북5도민회,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실향민중앙협의회, 태극단전우회 등 20여개 우익단체 회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국립극장을 출발, 한시간 반 가량을 걸은 후 서울 남대문 안중근 의사 동상앞에 도달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의 참상이 그려진 게시판에 북한 해방을 염원하는 한마디를 남기고 만세 삼창을 부른 후 해산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앞에서 열린 국민행동본부의 ‘연방제 적화음모 저지 국민대회’에도 2000여명(경찰추산)의 시민이 몰려 열기를 느끼게 했다.서정갑 본부장은 대회사에서 “과거 3.1운동을 통해 우리 민족은 하나가 됐었다. 그 힘이 바탕이 되어 오늘날의 국가를 건설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노무현 정권에 의해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의 반역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 ”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에 방북을 시도한 것은 연방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우리는 벼랑끝에 서 있다. 보수가 총 동원이 되어 이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 김정일이 북한 주민에 의해 맞아 죽는 날은 곧 김대중과 노무현이 역사의 단죄를 받는 날이 될 것”이라며 “김대중과 노무현은 김정일과 운명을 같이 하겠지만 국민행동본부는 국가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이규택 한나라당 최고위원, 김상철 자유지식인선언 공동대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김현욱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 김병관 서울시 재양군인회 회장 등이 연사로 참가했다. 참가 단체로는 재향군인회,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이 있었다.이규택 최고위원은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국제 범죄의 공범자로 칭하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북한의 달러 위폐 생산은 국제적인 범죄다. 이를 비호하는 노 대통령은 국제 범죄자의 공범자”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논란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연방제보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탈북자 소환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방북을 시도하라”고 말했다.
김동길 교수는 “김 전 대통령에게 양심이 있긴 하느냐”며 “그의 얼굴만 보면 화가 나고 매스껍다. 어쩌면 저렇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교수는 “6.15선언 후 김정일이 답방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졌느냐. 그 약속도 안이루어졌는데 북한은 또 왜 찾아가는 것이냐. 결국 국민을 상대로 김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 국민을 속이더니 결국 나라가 이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고 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죽겠다”며 비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민대회에는 6.25 전쟁 당시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미국 상선 ‘메러디스빅토리’ 호의 1등 선원 로버트 러니(78세)씨가 참석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1950년 12월 중공군에 밀려 고립위기에 처했던 유엔군은 적의 포위를 뚫고 흥남항을 통해 후퇴를 하게 된다. 당시 메러디스빅토리호는 위기 상황에서도 1만 4000명의 피난민을 가득 태우고 유엔군과 함께 흥남항을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단 한명의 인명 피해도 나지 않았고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메러디스, 기적의 배’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미국의 인도주의적 참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히고있다.
이 배의 1등 선원이었던 로버트씨는 이날 “흥남철수의 진정한 영웅들은 유엔군이 아니라 공산주의하에서 탈출을 시도한 피난민들이다. 당시 유엔군들은 한국인들의 참을성에 큰 감동을 받았었다”며 “당시 흥남을 탈출했던 이들은 자유를 얻었고 이 자유가 바탕이 되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게 됐다”고 치하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친 후 서울역을 출발해 남대문광장까지 시가행진을 벌인 후 해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