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처럼 대정부질문을 난잡하게 한 적이 없다”

    5일 동안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8일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정면충돌하기도 한 이 총리는 이번엔 ‘대정부질문은 이런 것’이라는 주제로 ‘일장연설’을 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 마지막 질의자로 나선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이 총리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을 아느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다”며 “외국에서는 외견상 부패로 오인될 수 있는 행위도 공직자에게 금기시 되고 있는데 국민들이 윤상림씨와 이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품는 것은 당연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기꾼과 어울린 것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박 의원의 다음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5일 동안 그것(윤씨와의 관계)을 총리 비판 소재로 쓰고 있는데 그만큼 부도덕하거나 불법 금품 수수했다면 사과하고 총리직 사퇴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총리의 반박은 대정부질의자와 국무위원의 위치가 바뀐 듯 길게 이어졌다. 그는 “당시 무슨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으로 알고 (윤씨를) 만난 것 뿐인데 한나라당은 무슨 호재 만난 것처럼 하고 있다”며 “대정부질문은 그런 것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의원들을 가르치려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이어 “정책적인 사안으로 심도 있게 질의하고 답변해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시켜 주는 쪽으로 가야지 사실이 아닌 것을 부풀리는 쪽으로 가는 것은 선거 유세장이면 몰라도 대정부질의장에서는 하면 안 된다”고 훈계했다. 그는 또 “내가 그 정도 의혹을 받고 있다면 나로서도 부끄럽겠지만 나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될 만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러니 이러는 것”이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말을 끊고 시작된 이 총리의 답변이 길어지자 “질의를 다 마무리 한 다음에 답변하라”고 제지했지만 이 총리는 “질의하는 것 보고 나서 답변 하려고 하면 시간을 안주는 행태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지금처럼 대정부질문을 난잡하게 한 적이 없다”고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대정부질문이 일괄 질의, 일괄 답변일 때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질의로 토론하라고 일문일답 형식으로 하는 것인데 장황하게 질문해 놓고 답변 기회를 주지 않으면 국무위원들은 어떻게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참다못한 박 의원이 “적어도 결과적으로 사기꾼과 어울린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하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 아니냐”며 “총리는 중간에 끼어드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는 어디서 배웠느냐”고 불쾌함을 드러냈지만 이 총리는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이유 없다. 사실을 가지고 말하라”며 물러서지 않은 채 고압적인 태도를 끝까지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