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내 ‘이단아’ 고진화 의원에 대한 당내 강경보수파 의원들의 탈당요구가 거세지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고 의원의 연이은 소신발언에 대해 벼르고 있던 당내 보수파 의원들이 그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방북추진 의원모임 주도를 계기로 불만이 폭발,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선두에 김용갑 의원이 섰다.

    당내 강경보수파 의원들의 거듭되는 탈당요구에 고 의원은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일축하며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고 비판해 이들의 갈등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진화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몸부림 김용갑, 정형근에 배워라”

    고 의원은 21일 오후 CBS라디오프로그램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자신의 탈당을 요구한 김 의원에 대해 “꺼져가는 촛불들이 마지막 몸부림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며 “시대적인 과제 문제에 대해서는 시대정신이란 게 있다. 적어도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는 시대정신 기준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고 의원은 특히 당내 보수 성향의 정형근 의원을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 의원에게 “정 의원의 시대정신을 읽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2006년 1월 9일 전면개정된 한나라당 정강·정책을 보면 통일에 관해 ‘소극적·담화적인 대북 정책에서 벗어나 호혜적 상호공존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돼 있다”며 “최근 한나라당의 대표적 보수인 정 의원도 DJ 방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또 이방호 정책위의장을 겨냥해 “‘세계 모든 국민들은 모국과 미국의 두 나라를 갖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것은 자주적 독립 국가의 정책위의장이나 지도부가 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 정책위의장도 고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당의 전문과 정강정책이 바뀌는 것은 결국 우리가 주장하는 시대정신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당에서 우리에게 탈당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이런 시대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갑 “통제불능 고진화, 지도부가 나서라”

    하지만 강경보수파에게 시대정신을 읽으라고 충고한 고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용갑 의원은 22일 “고 의원은 통제 불능이다. 역주행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당 지도부가 이런 의원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꺼져가는 촛불이면 어떠냐. 어른으로서 더 이상 고 의원을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고 의원은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정해진 당론에 대해 찬성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다면 당론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정해지면 따라야 한다. 당론에 대해 절반 정도 반대하는 것도 문제인데 고 의원은 100% 반대다”며 “고 의원이 당론과 반대되는 개인 의견을 TV나 라디오 등 언론을 통해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 의원은 한나라당을 ‘수십 년째 고여 있는 우물’이라고 하고 소속 의원들을 ‘고여 있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라고 했다”며 “수십 년째 고여 썩은 우물 안에 왜 있느냐. 깨끗한 물로 가라”고 탈당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자기가 속해 있는 당을 향해 썩은 물에 있는 개구리들이라고 비하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고 의원의 그런 행동이 한나라당 내 혼란으로 비쳐져 그들에게 ‘저런 한나라당이 집권 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실망과 걱정을 주게 된다”며 “고 의원은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러니 당내에서 다음 공천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또 “고 의원은 다음에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한다면 자신이 당에 기여해서 그렇다고 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탈당할 사람”이라며 “젊은 사람이 너무 그러면 안된다.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은 닦아 놓고 소신발언을 해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초선들 중에서도 고 의원은 해도 진짜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역주행만 하면서 개혁적이어야 한다, 시대정신이 어떻다 하는 이상한 소리만 한다”고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