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라디오21’이란 온라인 라디오 방송에서 저녁 7시 20분부터 ‘곽호성의 나만 한나라’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21은 본디 중도-진보 성향의 온라인 라디오 방송이지만 ‘곽호성의 나만 한나라’만 보수 성향의 방송으로 운영되고 있다.

    ‘곽호성의 나만 한나라’는 보수 사회의 이런 저런 뉴스나 내가 쓴 칼럼 등을 소개하고 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초청해 말을 듣거나 전화 연결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네티즌들의 전화도 받으나 보통 전화는 잘 걸려오지 않고 있다.

    우연히 걸려 온 네티즌의 전화

    며칠 전 나는 방송 진행 중에 한 네티즌의 전화를 받았다. 앞서 말한 대로 ‘나만 한나라’에서 네티즌들의 전화도 받기는 하지만 네티즌이 전화를 걸어 오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그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 네티즌은 전화를 걸어 와 ‘내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내 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뇌가 되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네티즌은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이 분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먼저 왜 한나라당을 싫어하시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 분은 이렇게 답했다.

    ①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반대한다

    - 개방형 감사제 같은 한나라당 대안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부패한 사학을 개혁한다는 데 반대를 하고 나오니 싫다.

    - 그동안의 사학감사는 전부 거짓말이었다. 교육공무원들과 사학들이 짜고 치는 감사이니 하나도 믿을 수 없다. 그러니 사학법으로 사학비리를 엄단해야 한다.

    ② 한나라당은 경제의 어려움을 과장한다

    - 사실 주변을 보면 경제가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수치를 조작해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③ 한나라당은 부자당이다

    - 한나라당은 가진 자만 위하는 정당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자기 당을 위해 투표하는 사람들조차도 돕지 않는다.

    ④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을 조장한다.

    ⑤ 한국 부자들은 전쟁나면 제일 먼저 도망 갈 사람들이다.

    아직도 권력은 한나라당이 갖고 있다?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분과의 통화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 분은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반대하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분은 한국 사학이 엄청나게 부패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소수 몇몇 사학만이 부패해 있다고 정부 감사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이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정부 감사 결과는 ‘교육공무원들이 사학들과 짜고 치는 것으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최근 사학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나 참여 정부 출범 당시에 감사원에서 왜 대대적인 감사를 해서 사학 비리를 뿌리 뽑지 않고 왜 굳이 사학법을 만들어 사학비리를 잡겠다고 하느냐’라고 물었다. 한마디로 어차피 사학비리 척결이 목적이라면 감사원이 수시로 사학 감사를 하도록 해서 사학의 비리를 척결하도록 하면 될 것이란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분은 ‘한국 보수사회가 비리 사학을 비호해서 비리 사학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이 분의 표현을 빌리면 ‘친일에 기반을 둔 세력이 수십 년간 집권을 해오면서 온갖 관변단체들을 지방에 형성했고 그 권력이 지방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그 지방의 ‘친일 보수’세력이 비리 사학을 비호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미 정권이 교체된 지 오래되었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주도권이 보수사회에서 중도-진보사회로 넘어 간 상황에서 사학 비리를 보수사회가 비호하고 있다는 말이 나는 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앞서 내가 이야기한대로 사학비리 척결이 목적이라면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나 참여정부 초기에 감사원을 동원해 감사를 했으면 되었을 일이다.

    내가 이렇게 물었더니 이 분은 ‘그것은 보복정치라서 안된다’라고 말했다. 사학비리 척결과 보복정치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 그래서 그럼 ‘친일청산은 어떠냐’고 질문했더니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학비리 척결을 보복정치로 본다면 친일청산도 보복정치 아닐까?

    교육공무원과 사학이 결탁해서 비리 숨겨?

    그리고 역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전국 각지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관변단체와 같은 조직들이 사학과 대체 무슨 연관이 있냐는 말이다. 물론 관변단체들을 예로 들기는 했으나 아직도 전국 각지에 보수세력의 입김이 세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그 입김이 구체적으로 교육계와 사학에 어떻게 작용한다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보수성향의 교육계 인사들은 교육계가 전교조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라고 주장하는 판이다.

    또한 교육청에는 교육위원회라는 부처가 있다. 바로 이 교육위원회에서 교육청의 장인 교육감이 선출된다. 그런데 바로 이 교육위원회에는 전교조 출신이 많이 진출해 있다.

    2002년 7월 12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자. ‘<교육위원 선출 문제점> 선거운동 지나친 제한 탈법 부채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전교조 출신이 대거 당선되었다고 적고 있다. 전체 교육위원 숫자는 146명인데 전교조 소속이거나 전교조가 지지한 후보 34명 가운데 24명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교육위원 15명 가운데 7명을 전교조 소속이 차지했고 98년에 전교조 측이 지지한 인물도 1명 당선이 되어 사실상 과반수 이상을 전교조 측이 차지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적고 있다. 교육계에서 전교조의 파워가 이 정도인데 교육공무원과 사학재단이 서로 결탁해 감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나와 전화 통화 한 분은 ‘자기 주변의 교육공무원 몇 사람이 교육공무원과 사학재단이 결탁해 비리를 은폐한다’라고 주장했다. 우선 이 분에게 비리 사실을 이야기한 교육공무원이 누군지 알 수도 없거니와 적어도 98년부터 최근까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우선적인 책임은 DJ정부와 참여정부에 있다. 사학과 교육공무원의 결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경제 불황’ 과장한다?

    이 분이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경제 불황을 과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을 너무 비정하게 공격한다고 한다. 좀 다독거려 줄 때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너무 매정하게 때리기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은 한국의 진보정치권도 그렇기 때문에 싫다고 한다. 덧붙여 설명하면 이 분은 열린우리당도 이제는 싫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가진 자만 편 들어서’ 싫어했는데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은 지금은 좋아하는 정당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각종 경제 수치를 조작해 일부러 경제가 더 어려워 보이도록 조작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조사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화 주신 분도 마찬가지다. 이 분은 그냥 정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는 듯 하다.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이 떠들어 대는 만큼 경제가 어렵지는 않다고.

    그리고 원래 사실 야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가혹하게 여당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육식동물이 살기 위해 초식동물을 사냥하듯 야당은 원래 투쟁을 하게 되어 있다. 정치의 본질은 ‘투쟁’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 간혹 내가 야당의 여당 공격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공격이 너무 과해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때나 공격이 비현실적인 논리일 때 비판을 하는 경우다.

    다시 정리하면 한나라당이 경제불황을 과장하는지는 구체적인 수치를 연구해 봐야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이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보수언론이나 한나라당이 경제불황을 부풀린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내 주변에서도 경제불황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