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분의 다음 주장은 한나라당은 ‘부자만 위하는 정당’이란 주장이었다. 이런 공격은 하도 들어서 이제는 식상하기 까지 하다. 이 분의 주장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말하는 부동산 정책 등은 가진 자만 잘 살게 해주는 정책이란 거다.

    그래서 나는 ‘감세론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고, ‘가진 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돌지 않겠느냐’라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이 분은 ‘물론 그렇긴 한데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을 못 믿겠다는 거다.

    ‘한나라당은 서민에게 돈 한 푼이라도 주는 정당이 되어야’

    이 분은 한나라당은 서민을 돕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꾸만 가진 자만 좋은 정책을 내놓는다는 불만을 표했다. 쉽게 말해 복지에 신경쓰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박근혜 대표도 이야기한 내용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정책목표는 공동체 자유주의다. 즉, 공동체를 생각하는 자유주의를 하겠다는 거다. 쉽게 말하면 복지에도 신경쓰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이 분은 진보정당도 싫다고 했다. 진보정당의 주장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란다. 더 쉽게 풀어말하면 민주노동당 측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 분이 ‘한나라당은 부자당’이라고 주장하길래 나는 ‘그럼 1000만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느냐’라고 물었다. 상식적으로 부자만 위하는 당이 한나라당이라면 1000만이나 되는 이들이 지지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이렇게 질문을 했더니 ‘한나라당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도 안 내놓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여기서 엄밀히 설명하면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다. 즉 자본주의-자유주의 시장경제 정당이란 것이다. 자본주의의 중요 원칙 가운데 하나는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생존경쟁에서 밀리면 그 실패의 책임을 감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진보 성향의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이런 보수 자본주의 시스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마디로 ‘내가 실패해서 넘어지면 보수사회는 무관심할 것이 아니냐’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보수사회에 복지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주의 사회나 사민주의 사회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을 따름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단점

    고교 교과서 수준에나 적합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시 설명하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장단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사회주의 사회는 비참하게 사는 이들이 구원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주인의식이 희박해져서 경제 전체가 침체해 버리는 것이다.

    가령 어느 라디오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이 방송국에는 사장과 DJ, PD 세 사람이 일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청취율이 매우 낮은 문제가 생겼다고 치자. 이렇게 되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사장은 우선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DJ나 PD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러면 PD는 DJ에게 책임을 다시 물을 것이다. 그러면 DJ는 PD나 사장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다. DJ는 PD나 사장이 자신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았고 방송이 워낙 작아서 청취율이 낮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반면 PD는 DJ의 진행실력이 시원치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DJ처럼 사장의 능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진단할 것이다. 물론 DJ와 사장을 둘 다 공격할 수도 있다.

    대강 보면 이 라디오방송국 프로그램의 청취율 부진 책임은 사장과 PD,DJ 세 사람이 다 갖고 있다. 얼른 말하면 이 방송국이 잘 되는 집단이라면 사장과 PD,DJ가 서로 방송 부진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렇게 되면 이 세 사람은 다시금 합심해 방송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송국이 안 되는 집단이라면 서로 책임을 남에게 떠넘긴다. 그러다 서로 싸우고 결국에는 방송국이 폭삭 망해 버린다.

    다시 책임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장과 DJ,PD 세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회주의의 약점과 자본주의의 장점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사회주의 시스템은 사장과 DJ,PD 모두 책임이 없기 때문에 방송이 적당히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방송의 질이 낮고 수익도 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사장이나 DJ가 주인의식을 갖고 방송에 임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이는 어떻게든 방송을 발전시키려 발버둥친다. 물론 여기에는 PD는 고용직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들어간다. 그래서 사회주의 시스템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생산의 효율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부자당으로 보이는 이유

    한나라당이 부자당으로 보이는 이유는 자본주의 이념에 충실한 사람, 주인의식이 투철한 사람을 우대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이 투철한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기업 혹은 생업에서 최선의 가치를 창출해내려 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이들은 보통 이상의 생활수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한나라당의 경우 장년층 이상의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인간은 통상적으로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많은 재산을 모아 감으로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재산 평균이 타 정당의 평균보다 높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자체가 성장 중심의 경제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같은 정책이라도 동원해서 경제성장을 하려고 든다. 한마디로 성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그 고용증대가 최선의 복지대책일 수 있다는 경제철학의 신봉자들이 한나라당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나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못 마땅하기까지 하다. 당장 부동산 활성화 정책 같은 것을 동원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벌어 들이기 때문이다.

    본디 인간은 절대 빈곤보다 상대 빈곤을 더 혐오한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나 진보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100만원씩 버는 젊은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노동자가 1년을 안 쓰고 모아봐야 1200만원이다. 그런데 이 젊은 노동자와 비슷한 또래의 가진 자는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5000만원을 벌었다고 가정하자. 젊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배알이 뒤틀리다 못해 오장육부가 다 뒤집어질 일이다.

    ‘가진 자 혐오증 환자’를 이해하자

    친일청산 이야기만 나오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강남에 대해 적개심을 불 태우는 사람, ‘영남 패권주의’를 침이 마르도록 비난해 대는 사람, 한나라당이 부자당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사람, 신문이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고 경제불안을 더욱 키운다고 왈왈 외워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보수사회에서는 못 가진 열등감, 피해의식 때문에 그런다고 비웃는 경우가 많다. 보수사회를 공격해서 깎아내리면 깎아내릴 수록 자신들의 권력이 커져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제 ‘가진 자 혐오증 환자’들을 이해할 때도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 빈곤보다는 상대 빈곤에 예민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진 자 혐오증 환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면 극좌 세력의 힘만 키워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세상사도, 정치도 단순하다. 적보다 우군이 많아야 유리한데 지금 보수사회는 우군보다 적이 더 많은 상태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2007 대선에서 또 다시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선명한 적들의 비위를 맞춰 줄 필요는 없지만 적과 우리의 사이에 있는 일반 국민들을 끌어 안을 필요는 있다.

    그래서 경제성장 대안을 이야기할 때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라든지 성매매 규제 폐지라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비위를 건드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대안이라면 과학기술 발전정책이라든지 정치세력 간, 호남-영남의 화해 등으로 인한 국민적 불안-기업 불안 해소 등을 이야기하면 된다.